지주사는 은행·카드 등 자회사 지배 업무만 담당… 실제 영업은 '독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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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한 신용카드회사의 TV 광고가 우리나라 뭇 20대 남성을 분노에 빠지게 한 적이 있죠.

    이 광고를 본 20대 남성 네티즌의 반응은 이랬습니다. “나 OO은행 계좌 해지하러 간다. 앞으로도 OO은행은 결코 이용하지 않을 것이다”

    은행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반응입니다. 그 광고는 OO은행이 아닌 OO카드사에서 내보낸 광고거든요. 같은 지주사에 속한 계열사지만, 전혀 다른 별개의 회사입니다.

    사실, 금융업계 또는 이와 관련된 분야에서 일하지 않는 한 금융지주회사와 은행, 그 밖의 계열사들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저도 금융 담당 기자가 되기 전에는 구분하지 못했으니까요.

    지주회사는 계열 자회사들을 지배할 목적으로 설립되는 회사입니다.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자회사를 지배하는 목적 외에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업무를 할 수 없습니다.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지난 2000년 ‘금융지주회사법’이 생기면서 우리나라에 도입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그 후 2001년 4월 최초의 금융지주사인 우리금융지주가 설립됐고, KB금융·하나금융·신한금융 등 시중은행을 자회사로 둔 지주사들이 계속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대부분의 은행이 지주사 체제를 도입했기에, 2015년 7월 현재 지주사가 지배하지 않는 은행은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뿐입니다.

    이 중 스탠다드차타드와 우리은행은 은행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를 정리했기에 지주사 체제 유지의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에 지주사를 해체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지주회사는 그룹 전체적인 측면에서 전략과 통제기능을 수행하고, 자회사들은 독자적인 영업기능을 수행합니다.

    앞서 언급한 OO은행과 OO카드사도 서로 다른 별개의 법인으로, 별개의 영업을 영위하지요. 다만, 카드사의 영업점이 많지 않은 탓에, 계열 은행과 협력해서 가입·해지, 마케팅 등의 업무를 함께 수행하기도 합니다. 이 탓에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같은 회사라고 인식하기도 합니다.

    금융지주회사 체제의 장점으로는 △자회사간 교차판매와 공동마케팅, 복합상품 개발 등의 시너지 창출이 쉽다 △계열사 간 자금거래나 인적교류 등에서 독립성이 보장된다 △조직의 신축성이 커 인수.합병(M&A)를 통한 다양한 업무 진출 및 부진한 업무 정리가 쉽다 △금융당국의 입장에서는 업종간 구분이 모호한 업무의 경우, 지주회사 자체를 감독함으로써 사각지대를 줄일 수 있다 등이 꼽힙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조직구조의 다단계화로 인해 의사결정 단계와 경영지원 기능의 중복가능성 등 경영의 비효율이 나타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특히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경우 은행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80~90%에 이르다 보니 의도했던 효과가 나지 않는다는 지적도 계속 제기되고 있습니다.

    은행 편중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 금융지주사들은 M&A 등을 통해 비은행부문 영업 강화를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