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산장애 발생·소지인 확인 부실 등 인정돼… 피해자 과실 적용, 50% 책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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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소비자 A] B은행 OO지점이 발행한 총 1억원권 수표 2장, 총 2억원의 자기앞수표를 도난당했습니다. 이 수표는 주택 구입을 위해 은행 영업점에서 인출한 후, 핸드백 속에 보관하고 있던 것인데, 오토바이를 타고 저를 뒤쫓던 남자들에게 핸드백을 통째로 소매치기 당한 것입니다.

    피해 발생 즉시 저는 B은행에 전화를 걸어 자기앞수표에 대해 사고신고를 접수시켰습니다. 문제는 B은행 측에서 “전산시스템에 수표 정보를 입력은 시켰지만, 전산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해 사고수표 전산등록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알려온 겁니다.

     

    결국 피해사실 신고 후 45분이 경과돼서야 전산등록이 완료됐습니다.

    그 이유인지, 두 장의 1억원권 수표 중 1건은 사고신고 등록이 누락됐습니다. 전산장애가 발생한 동안, 신원을 알 수 없는 누군가가 그 1억원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어 찾아가버린 상태입니다. 그 자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 수사 중에 있습니다.

    B은행은 그 이유야 어찌됐든 사고신고를 접수받고도 전산등록을 약 45분간 지연처리해 수표금이 무권리자에게 부당 지급되게 한 책임을 져야 합니다. 1억원 전액을 배상하기 바랍니다.

    [B은행] 저희 은행으로서는 사고수표 전산등록에 최선을 다했습니다. 1억원권 자기앞수표 2장에 대해 전산입력을 완료했으나, 그 과정에서 원인불명의 전산장애가 발생해 전산등록이 지연처리된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제3자가 미등록된 수표금을 현금으로 찾아가긴 했지만, 저희의 업무 처리에는 하자가 없습니다.


    [해설] A씨의 자기앞수표 사고등록이 지체되고 있는 동안, B은행이 무권리자에게 수표금을 지급한 것과 관련, 은행의 과실이 있는지가 쟁점이 되겠습니다.

    이와 관련,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어음법 제40조 ③항(만기에 지급하는 지급인은 사기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으면 그 책임을 면한다)을 유추 적용해 해석하고 있습니다.

     

    지급인이 보통의 조사를 하기만 하면 어음(여기서는 수표)의 소지인이 무권리자이고 이를 입증할 수단을 확실히 획득했을 것인데, 이 조사를 사소한 부주의로 게을리해 무권리자인 줄 모르고 지급한 경우에는 중대한 과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수표금 지급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앞수표 사고신고 전산등록을 지연처리한 것과 관련한 손해배상 책임에 대해 살펴봅시다.

     

    은행은 전산장애 발생으로 인해 사고수표 등록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이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대체 수단을 확보하는 등 대처요령을 미리 수립할 주의 의무를 가집니다. 예를 들어, 전산장애가 발생하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은행 전체 자기앞수표 지급을 일시정지 시키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B은행은 전산장애에 따른 피해 예방 대책 마련에 소홀했으며 수표금 지급에 대한 업무처리 과정도 적절하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A씨가 입은 손해에 대한 배상 책임이 있다는 게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의 입장(2002. 7. 2, 조정번호 제2002-30호)입니다.

    단, 이번 사건에서 위원회는 신청인에게도 일부 책임을 물었습니다.

     

    자기앞수표의 도난에 대한 관리 소홀 책임도 있고, 고액의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음에도 분실 또는 도난에 대비해 수표번호를 따로 기록해두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 은행은 피해액의 50%만을 배상하도록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