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현지인을 점포장으로 선임한 외환은행 필리핀 클락지점 개점식 장면ⓒ외환은행
    ▲ 현지인을 점포장으로 선임한 외환은행 필리핀 클락지점 개점식 장면ⓒ외환은행


    우리나라 은행들이 해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그 성과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지 금융시장을 직접 겨냥하기보다는 주로 현지 교민과 한국 기업 현지 상사를 대상으로 한 영업에 치중하고 있으며, 해외에서도 제한된 시장을 놓고 우리 은행끼리의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현지인을 점포장으로 선임해 현지토착화를 시도하는 것에도 미온적이다.

     

    20일 금융당국과 한국금융연구원,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주요 은행이 거둔 해외 수익이 전체 수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은행별로 1~7%에 불과하다.

     

    외환은행이 7.0%로 그나마 가장 높고 다음이 신한 5.8%, 우리 3.7%,  하나 1.8%, KB국민 1.1% 순이다.'


    해외 수익을 좌우하는 유가증권 투자 실적은 역주행하고 있다.

     

    한국 은행들의 해외 부문 총자산은 지난 2010년 564억5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873억3000만 달러로 54.7% 늘었는 데, 해외 유가증권 규모는 54억5000만 달러에서 50억8000만 달러로 오히려 6.8% 줄었다.

     

    이에 따라 전체 자산 가운데 유가증권 비율은 2010년 9.7%에서 작년 5.8%로 낮아졌다. 


    해외 부문 순영업이익 중 유가증권 투자로 발생한 이익은 2000만 달러(1.0%)에 불과했다.

       

    주윤신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연구원은 "해외에 진출하고자 하는 은행들은 인력개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외부 전문가를 유치하는 등 해외 유가증권 운용 및 발행 업무와 관련된 우수 인력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현지 정부기관 및 대형 금융회사와의 연계 강화 등을 통해 투자대상 발굴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은행들은 현지 토착화도 외면하고 있다.


    3월말 기준 국내 은행 해외 점포(사무소 제외) 108개 중 중 현지인이 점포장인 곳은 2곳, 전체의 1.9% 뿐인 실정이다. 외환은행 필리핀 클락지점, 우리은행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외국은행 국내 지점(사무소 제외)은 전체 39개 중 18개, 46.2%가 한국인이 점포장을 맡고 있다.


    해외 점포는 현지인 점포장이어야 현지인 고객 유치에 유리하고 현지 금융감독당국과의 관계 개선과 현지인 직원의 사기 진작에도 긍정적이어서, 글로벌 은행들은 현지인 점포장을 적극 기용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은행들은 의사소통의 어려움, 신흥국 현지인의 금융전문성 부족, 본사에 대한 충성심 미검증 등을 이유로 현지인 점포장 채용을 기피하고 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이 해외 점포를 현지화하기 위해서는 현지인 점포장의 활용이 가장 중요하다"면서 "현지인 점포장에 대한 각종 우려사항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재무담당자와 감사 등을 본사에서 파견, 사고 예방 및 전문성 제고를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