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증인 채택…새누리 "野 억지 부리면 방법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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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셜커머스가) 일주일에 한번씩 대금 결제하는 게 맞습니까?" (새누리당 신동우 의원)   

     
     "네 맞습니다." (박대준 쿠팡 그룹장)
     "네 개선방법을 찾도록 하겠습니다." (장석훈 위메프 이사)
     "저희도 찾아보겠습니다." (송철욱 티켓몬스터 전무이사)

     


    지난해 10월 21일.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장에서 국내 최대 소셜커머스 업체 관계자 3명이 답변한 시간은 모두 합쳐도 40초 남짓이었다.

    이날 일부 의원들은 증언이 끝난 기업인들을 먼저 돌려보내는 방안을 제시했지만 다른 의원이 "의원들의 지적을 보는 게 기업인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다.

    민간 기업들의 증인 채택은 꼭 필요한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해마다 나오고 있지만 '현실화'와는 거리가 멀다.

    가뜩이나 대내외 경영 환경이 바닥을 치는 상황에서 국회가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뒤따르고 있다. 기업인들을 하루종일 기다리게 하거나 호통을 치고 면박을 주는 구태가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묻지마" 야당 몽니에 지마켓 대신 소셜업체 '소환'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지난 2일 기업인 증인으로 총 76명을 채택했다. 당장 10일부터 산업통상자원부를 시작으로 국정감사에 돌입하는 만큼 일주일 전 증인출석을 통보하는 규정에 맞춘 것이다.

    애당초 여야 간사가 증인으로 교환한 명단은 160명(중복 10인)에 이르렀으나 그나마 '반토막'수준으로 줄인 게 이 정도이다.

    우선 산자위의 76인 증인채택은 '1차 증인'에 불과하다. 이번 국감이 10월까지 이어지면서 추후 종합감사를 앞두고 추가 증인채택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해마다 반복되온 일이기도 하다. 이 기업인들이 다 증인대에 설 수 있을 지 미지수이다.

     

  • ▲ 국회는 오는 10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 뉴데일리
    ▲ 국회는 오는 10일부터 국정감사에 돌입한다. ⓒ 뉴데일리



    올해 국감 증인 채택에는 소환 사유와 관련성이 적은 기업인 채택이 줄을 이으면서 국회가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위에서는 오픈마켓의 공정성 문제를 따져보겠다며 소셜커머스 3인방 대표를 올해도 소환했다. 엄밀히 말해 오픈마켓은 지마켓과 11번가 등의 사이트이지 소셜커머스를 오픈마켓으로 보기는 어렵다. 또 과도한 광고비용, 판매 수수료 등을 점검해 보겠다는 것인데 이 문제는 산자위가 아닌 정무위 소관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새누리당 이진복 산자위 간사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기본적으로 증인채택은 세부적으로 문제제기를 하면 야당이 억지를 부리고 명분을 엉뚱하게 거는데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야당의 몽니에 막혀 일부분 합의를 볼 수 밖에 없었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 한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서는 기업인 총수, 국민적 관심이 높은 기업인들을 최대한 많이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고 했다. 

     


    ◇ 대기업 총수 면전에 호통치면 '국감스타'

    각 상임위 마다 경쟁적으로 기업인을 출석시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경우, 산업통상위 증인 명단에는 제외됐지만 정무위, 기획재정위 등에서 증인채택이 논의되고 있다.

    기재위 야당 의원들은 면세점 독과점 논란으로 신동빈 회장을 포함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홍균 롯데면세점 대표 등을 반드시 증인대에 세운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환경노동위에서는 이마트 불법파견 논란 등으로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김창규 금호타이어 사장 등의 출석을 검토하고 있다. 또 대한항공 전 조현아 부사장의 '땅콩회항'과 관련해 조양호 한진그룹회장의 증인채택도 국토교통위와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국회의원들 입장에서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번 국감이 '국감스타'로 인지도를 쌓을 마지막 기회이다. 동시에 총선을 앞둔 '지역구 다지기'도 필수적인 만큼 내용면에서는 '부실국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한 초선의원실 관계자는 "의원실 인턴까지 포함해 11명 중 국감을 담당하는 사람은 단 두 사람"이라며 "나머지는 모두 지역구에 매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선거구 획정을 비롯한 총선룰이 안갯 속에 멈짓하면서 의원들이 지역구에 매달릴 수 밖에 없게된 것이다.


    ◇ 증인채택 기준 강화法 1년째 숙면중

    국회 안에서도 '묻지마' 증인채택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 법 개정 움직임이 전혀없던 것은 아니다. 지난해 10월 '국회에서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 개정안' 두 건이 국회 운영위에 제출됐지만 1년 째 계류 상태에 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이 내놓은 개정안은 사전 답변서를 통해 충분한 답변이 이뤄졌을 때 해당 증인과 참고인에 대한 출석 요구를 철회할 수 있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 의원은 법안 발의 배경으로 "사전 답변서를 통해 충분한 답변이 확보된 경우에는 해당 증인 또는 참고인에 대한 출석요구를 철회할 수 있도록해 불필요한 증인출석요구를 줄이고 국회 안건심의 및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의 효율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노근 의원은 증인 선정 과정을 여야 간사 합의가 아닌 본회의나 상임위 의결을 통하도록 하고 국감과 직접 관련이 있는 증인만 채택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 의원은 "안건이나 국정감사, 국정조사와 관련성 여부에 대한 심도있는 검토없이 정치적인 목적이나 관행에 따라 증인이 채택돼 왔다"면서 "무분별한 증인출석 요구를 제한하고 출석의 필요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 신중히 증인을 선정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