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상임위별 기업인 증인채택 잇따르자 '기업감사'란 우스갯소리도
-
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 대상은 정부부처 및 산하기관이 아닌 '기업'이었다. 여의도 안팎에서는 각 상임위 별 기업인 증인채택이 잇따르자 국정감사가 아닌 '기업감사'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14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SK와 SK C&C의 합병과 관련해 최치훈 삼성물산 사장과 조대식 SK사장이 출석했다.새정치연합에서 두 기업의 합병 문제로 대표이사의 참석을 강력하게 요구해 관철된 '증인'이었지만 총 24명의 정무위원 중 이들에게 중점적으로 질문한 의원은 야당 간사인 김기식 의원 정도였다.
같은 당 김영환, 김현 의원의 질의도 있었으나 주로 국민연금의 중립성을 따져 묻거나 삼성물산의 태극기 마케팅을 지적하는 정도였다.애당초 이날 국정감사가 금융위원회를 대상으로 한 내용이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은 임종룡 금융위원장에게 가계부채, 인터넷전문은행, 카드수수료 등 정무위 현안을 질의하는데 집중했다.정무위가 기업인이 포함된 일반 증인을 오후 질의 때 불러 기업인들의 '대기' 시간을 최소화하려 했으나 정작 질문하는 의원들이 적어 이들은 본 질의가 끝날 때까지 증인석에서 한참이나 대기해야 했다.
◇ 삼성물산·SK "합병 기업 성장 위한 일"삼성물산과 SK는 각각 제일모직과 SK C&C와의 합병이 경영상의 판단이었을 뿐 총수일가와의 관련성을 부인했다.김기식 의원은 "삼성물산이 합법적인 시가 평가에 의해 합병 비율을 결정했지만 이를 순 자산 가치로 바꿔보면 회사 가치에 비해 저평가 된 시점이 합병이 진행됐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삼성물산 주주로서는 불만이 있고 시장에서도 충분히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이에 최치훈 사장은 "합병 시기는 경영 상황을 기준으로 추진했다"고 했다.김기식 의원이 "엘리엇매니지먼트사가 4월 합병 계획을 물었을 땐 없었다고 했는데, 합병 결정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주도해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래전략실의 결정이 이뤄진 다음에 지시를 받아 합병이 추진돼 최 사장은 이 사실을 몰랐을 것"이라 했다.
최 사장은 "4월 초에는 준비하지 않았고, 4월 말에 준비했다"고 반박했다.김 의원은 조대식 SK 사장을 향해서도 "SK도 똑같다. SK C&C 대주주가 최태원 회장이 아니었다면 이렇게 합병을 했겠느냐"고 압박했다.
조 사장이 "회사는 자회사의 성장이 둔화돼 반드시 성장 동력이 필요했다"고 하자 김 의원은 "누가봐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최태원 SK 회장을 위해서라고 받아들일 것"이라고 주장했다.정무위 야당 의원들은 두 기업인 보다 홍완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상대로 한 질의에 열을 올렸다. 국민연금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승인 과정에서 '찬성' 의견을 내면서 삼성 측에 특혜를 줬다는 것이었다.이에 홍 본부장은 "사안의 자체가 중대해 외부적인 의결권 행사 지침 등에 법률 검토와 내부적 연구, 내부적 기업가치 평가 등을 거쳐 삼성물산 합병에 대해 찬성 결정했다"고 해명했다.
◇ 소환 의원 질의 이후엔 회의 끝날 때까지 '대기''대기조'인 기업인들의 모습은 국회 산업통장자원위에서도 반복됐다.새누리당 김동완 의원은 이날 소셜커머스인 박은상 위메프 대표, 박대준 쿠팡 부사장, 티켓몬스터 신현성 대표를 증인으로 불렀다.이들 대표를 향해 소상공인을 상대로 정산을 미루거나, 무료배송 강요 등 '갑질' 의혹을 제기하자 각 대표들은 한 목소리로 "지적하신 문제를 보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이후 이들 기업인들에 대한 다른 의원들의 질문은 이어지지 않았다.이날 산자위에는 소셜커머스 대표 3인방 외에도 강명구 신세계사이먼 대표, 박재구 편의점협회장, 노일식 롯데리아 대표, 박형식 이랜드파크 대표, 홍완훈 삼성전기 부사장, 이영필 아임쇼핑 대표 등 각 의원들이 증인으로 채택한 기업인들이 줄줄이 남아있어 해당 사안별 집중력 있는 질문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상황이 이렇다 보니 기업체들은 대표를 국감 증인에서 제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대외적으로 국감 증인을 신청한 의원의 실명은 공개되지 않지만 기업에서는 이를 미리 파악해 사전 ‘작업’에 돌입하기도 한다. 대관업무 관계자를 활용하거나 주변의 인맥을 총동원해 철회를 부탁하거나 질의 수위를 낮추기 위해 애쓴다.일부 기업에서는 오너나 CEO를 증인으로 채택하지 않는 조건으로 의원들의 청탁을 들어주는 일도 빚어진다. 이에 재계에서는 "의원들이 기업인을 불러 정치적으로 입지를 다지고 채택 과정 전후로 후원금을 기대하는 경우도 종종있다"고 볼멘소리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