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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가 마무리 돼 가는 상황에서 증권사들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특히 거래대금 감소와 ELS(주가연계증권) 손실이 발목을 잡는 주요 원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분기(7~9월)들어 투자자들이 관망세를 지속하면서 거래대금이 상반기에 비해 급감했다.
9월 중(1~22일) 일평균 주식시장 거래대금은 8조128억원으로, 지난 8월(9조160억원)보다 1조원 가까이 줄었다. 거래대금은 지난 4월 10조원을 돌파한 10조8728억원을 기록한 이후 10조원 안팎을 유지해오다 7월에는 11조2131억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이후 8월에 9조원대로 추락했고, 9월에는 8조원 초반대를 기록 중이다. 22일까지를 제외한 9월 중 남은 거래일은 4일인 반면 23~25일과 30일은 추석연휴를 전후해 관망세가 지속됐거나 이어질 것으로 보여 9월 평균 거래대금을 4거래일 동안 한번에 끌어올리기는 힘들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주식 거래대금 감소는 증권사 실적악화에 직격탄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에프앤가이드가 증권사 3곳 이상이 추정치를 내놓는 8개 증권사의 영업이익을 합산한 결과에 따르면 키움증권이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이 39.29% 급감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메리츠종금증권, 현대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은 전분기 대비 영업이익 감소율이 20%대를 기록할 것으로 분석된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시 변동성이 심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쉽게 시장으로 발을 들이지 못하고 있다"며 "거래대금이 줄어들면 줄어든 비율 만큼 리테일 수익도 감소하게 된다"고 말했다. 또 "현재와 같은 분위기가 지속될 경우 4분기 리테일부문 수익 전망도 부정적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거래대금과 함께 ELS도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꼽힌다.
대형 증권사들의 ELS 헤지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 인기를 끌었던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가 홍콩증시 급락으로 대규모 평가손실을 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은 급기야 HSCEI를 활용한 ELS 발행 중단에 나섰지만 각 증권사들은 이미 적게는 100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가량의 손실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사들은 녹인(원금손실 진입 구간) 구조의 ELS를 발행한 경우 기초자산이 되는 지수가 하락할 때 자체 헷지를 위해 지수선물을 대량으로 매수하는데 여기에 투입되는 증거금과 선물가격이 모두 헷지 비용으로 잡힌다.
8월 홍콩증시 급락 당시 증권사들이 헷지를 위해 사둔 선물가치도 떨어져 평가손실이 났다는 설명이다.
또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ELS 헷지를 하는 과정에서 100% 헷지를 하지 않아 손실이 난 경우도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증권사는 8월 홍콩증시 급락에 따른 ELS 손실 규모와 올해 벌어들인 ELS 수익규모가 같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한달 만에 상반기 벌어들인 돈을 모두 까먹었다는 것.
금융당국의 권고로 HSCEI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판매가 중단된 점도 증권사 입장에서는 악재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대규모로 보유 중인 HSCEI 지수 선물을 팔 수 있는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1분기에는 채권 평가이익, 2분기에는 거래대금 급증으로 눈에 띄는 실적개선세를 보였던 증권가는 3분기 들어 다시 악재가 겹치고 있는 모양새다.
한편,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KDB대우증권은 22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2182억원, 삼성증권이 2078억원으로 2000억원대를 넘어섰고, 현대증권(1707억원), NH투자증권(1617억원), 메리츠종금증권(1584억원), 미래에셋증권(1258억원), 신한금융투자(1256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하반기에는 악재가 겹치면서 수익감소가 불가피해 전분기 대비 수익성이 급감해 현재로서는 상반기 벌어들인 수익을 하반기에 까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