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측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승부"이사회 통과 관건인 KB보다 '오너 박현주' 미래에셋이 더 유리할 듯"
  • KDB대우증권의 인수전이 공식 개막했다.

     

    인수전 개막 이전부터 일찌감치 출사표를 던진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은 물론 물밑에서 계산기를 두드려왔던 국내외 유력 후보군들까지 가세해 치열한 경쟁이 전개될 전망이다.


    8일 대우증권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은 자사 홈페이지와 나라장터 등을 통해 대우증권의 매각공고를 내고 새 주인을 맞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산업은행이 보유한 대우증권 43%의 지분가치는 1조700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더하면 최소 2조에서 2조5000억원, 경쟁에 더욱 불이 붙으면 3조원까지 인수가격이 치솟을 수 있다. 때문에 누가 더 '통큰 베팅'을 할 수 있을지가 승부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우증권의 새로운 주인은 업계 초미의 관심사다. 새 주인에 따라 증권업계의 독보적 IB(투자은행)가 탄생할 수도 있고, 뚜렷한 강자 없는 춘추전국시대가 지속될 수도 있다.

     

    핵심은 '인수에 대한 의지를 누가 더 많이 갖고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현재 거론되고 있는 후보군 모두 실탄은 충분히 확보했다는 평가다. 결국 쌓아둔 실탄을 인수전에서 화끈하게 쏟아낼 의지가 더 큰 쪽이 인수전 승리를 가져가게 된다.


    이같은 관점을 바탕으로 거론되는 후보군은 최상위에 있는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으로 압축할 수 있다. 좀 더 자세히 보면 무게추는 미래에셋증권 쪽으로 다소 기울 수 있다는 평가다.


    실탄 발사까지 이사회 관문을 거쳐야 하는 KB금융보다 '오너 박현주'의 미래에셋이 의사결정 및 실행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우선 KB금융은 최근 몇 년 동안의 M&A(인수합병)시장에서 성공보다는 패배사례가 많았다. 비은행권 강화를 위해 매물로 나온 금융사들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막판에 좌절된 경우가 많았다.


    외환은행과 ING생명 인수전에서 잇따라 패배했고, 증권업 확장을 위해 우리투자증권 인수도 나섰지만 역시 가격에서 밀리며 NH농협금융에 빼앗겼다.


    이에 따라 대우증권의 인수에 나선 KB금융의 각오는 남다르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이 대외적으로도 의지를 표명하는 등 필두로 나서며 일찌감치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다.


    LIG손해보험(현 KB손보)의 100% 자회사인 LIG투자증권은 이미 매각키로 결정했고, 인수 자문사 구성도 마쳤다. 인수 자문사로는 모건스탠리와 KB투자증권을 선정했다. 특히 KB투자증권은 KB금융의 대우증권 인수 성공시 직접적인 시너지 대상이라는 점에서 대우증권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가격이다. KB금융 이사회를 납득시킬만한 합리적인 가격대에 매물 인수가 이뤄져야 한다.


    윤 회장은 대우증권을 KB금융이 반드시 인수해야하는 이유를 이사회에 설명해야 한다. 특히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최대 3조원의 베팅액을 써야 하는 점에 대한 설득도 필요하다. 경쟁이 격화될 경우에는 인수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대형 M&A에 잇따라 발목이 잡혔던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이사회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윤 회장의 지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초반 분위기는 긍정적이다. 지난 5일 대우증권 인수전 참여를 공식 선언하며, 경영진이 포괄적인 국내 증권업계 현황과 KB금융이 대우증권을 인수했을 때 시너지를 사외이사에게 설명하는 자리를 갖은 이후 사외이사들은 증권사 인수 필요성에 대체로 공감하는 분위기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KB금융의 자금집행 과정을 감안하면 미래에셋증권은 그 과정이 훨씬 수월하다. 오너십이 강한 박현주 회장의 의중만으로도 인수전을 진두지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박현주 회장은 대우증권 인수를 위해 이미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키로 결정했다. 신중히 검토해 왔던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접고 본업인 금융투자업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만큼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 인수의지도 강하다.


    '오너'로서 대우증권 인수전의 최종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 예상치를 가볍게 넘기는 인수가를 제시할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이 대우증권을 인수할 경우 자기자본이 7조9000억원으로 증가해 업계 1위에 오르게 된다. 이는 초대형 증권사가 국내에도 필요하다는 금융당국의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는 만큼 미래에셋증권이 유리한 입장이다. 각자 다른 강점을 가진 미래에셋증권과 대우증권의 상호 보완적 시너지 창출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인수전 패배시 후유증은 심각하다. 1조원이 넘는 유상증자에 추진에 대해서도 우려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태다. 유상증자 발표이후 지금까지도 주가 하락이 진행되고 있어 1조2000억원의 물량을 모두 소화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미래에셋캐피탈도 2000억원 규모의 여신전문금융채권(여전채)을 발행하며 대우증권 인수에 나섰다. 미래에셋캐피탈은 그룹 지배구조 중심이다. 하지만 여전채 시장 투자심리가 냉각된 상황에서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대우증권 인수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생겨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처럼 KB금융과 미래에셋증권이 초반부터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들러리'의 등장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KB금융이나 미래에셋증권의 경쟁사들이 대우증권의 몸값을 높인 이후 마지막에 빠질 가능성도 간과하기 힘들다. 현재는 물론 잠재적인 경쟁사의 힘을 미리 빼놓는 전략이다.


    또 거대 자본을 앞세운 외국계 금융그룹이나 사모펀드는 언제든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에서 경쟁 과열에 대한 부분도 인수전 초반 걱정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한편 지난 5일 매각추진위원회를 열고 대우증권과 산은자산운용을 패키지 매각키로 결정한 산업은행은 11월 2일을 대우증권 예비입찰 마감일로 확정했다.


    12월 중 본입찰을 실시해 늦어도 내년 초 인수 우선협상자를 선정할 계획이지만, 업계는 새 주인의 윤곽이 올해 안으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