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개편안, 국회 문턱도 못 넘어민주 '부자감세'로 일축 … 관련 예산 싹뚝전문가들 "징벌적 과세 기업에겐 사망선고"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연합뉴스
    정부가 추진 중인 상속·증여세 개편안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거대 야권의 반대에 가로막힌 영향이 큰 데, 국내 자본이 글로벌 투자시장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에서 조속한 개편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8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안은 지난 15일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 상정돼 심사를 앞두고 있다.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낮추고 최하위 과세표준을 1억원에서 2억원으로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여기에 가업상속 공제대상과 한도를 늘리고, 최대주주 보유 주식 할증평가를 폐지하도록 했다.

    현행 상속세는 대주주에게 20% 할증을 부과하면 60% 세율로 대표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 주범으로 꼽힌다. 상속될때마다 대주주는 상속세를 내기 위해 경영권을 위협받기 때문에 해외 자본의 먹잇감이 되기 때문이다.

    예컨대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타계 후 18조2251억원 규모의 주식 상속에 부과되는 세금만 10조6022억원에 달하는데, 똑같은 사례를 미국·영국 등 선진국 과세체계로 계산하면 최대 7조원까지 세부담이 줄어든다. 한국만 적용하는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제 탓이다.
  •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에 부과된 세금만 10조원이 넘는다ⓒ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주식 상속에 부과된 세금만 10조원이 넘는다ⓒ뉴데일리DB
    때문에 가업을 물려받을 때 특례조치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과 비슷한 수준의 상속세율을 유지 중인 일본은 2009년 사업승계 일반조치에 이어 2018년 사업승계 특례조치를 도입했다. 후계자에 부과된 상속세와 증여세의 2/3를 납부유예하는 식이다.

    이미 가업 상속 지원을 시행 중인 영국,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페인, 아일랜드, 벨기에 등도 제도를 더욱 확대하는 추세다.

    상속세는 이중과세 논란이 끊이질 않는 세목이다.

    특히 배우자 상속은 부부가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을 이전하는 행위인데, 배우자 상속분에 대해 상속세를 부과한 후 배우자 사망시 자녀에 상속세 재차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에 해당한다는 지적이다. 자녀 1인당 인적공제 금액을 5000만원에서 5억원으로 확대한 정부 개정안도 이 같은 지적을 반영한 것이다.

    하지만 야권은 상속세를 부자감세로 지목하고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재위 민주당 간사를 맡은 정태호 의원은 "윤석열정부 3년간 감세정책으로 97조3000억원의 감세가 있었고 그 효과는 고소득자에 집중됐다"고 주장했다. 마찬가지로 기재위 소속인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은 "상속세 내는 2만명 보다 빚때문에 상속을 포기하는 3만명을 먼저 생각해야 할 때"라며 "상속세 완화는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혁신 경제를 저해한다"고 했다.

    기재위 위원정수 26명 중 15명을 차지한 민주당은 증여세 방식으로 부과하는 상속세를 취득세로 전환하는 유산취득세 도입과 관련한 기재부 조직 예산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임동연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과도한 상속세 부담이 기업승계 조세장벽을 발생시키고, 획일적인 최대주주 할증평가는 더 큰 장애물로 작용한다"며 "주요 선진국보다 크게 높은 징벌적 상속세는 기업의 사망선고처럼 과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