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한복패션쇼를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청와대 사랑채에서 열린 한복패션쇼를 관람하고 있다.ⓒ연합뉴스

    정부가 한복의 일상화·세계화를 위해 추진했던 '한복 국무회의'가 끝내 무산됐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산하 부설기관인 한복진흥센터는 일상의 비즈니스 환경에서 근무복으로의 한복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상징적인 이벤트를 추진했다. 5일 열리는 올해 첫 국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해 국무위원인 부처별 장관들이 개량된 '비즈니스 한복'을 입고 회의를 진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올해 총선을 겨냥해 지난해 10월부터 개각이 이어지면서 각료 명단에 변화가 생겼고 한복 제작 기간이 촉박해지면서 행사 진행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그러나 정말 개각 때문에 행사가 불가능했는지 의문이 든다.

    국무회의에는 원칙적으로 장관이 참석한다. 다만 사정이 있으면 차관이 대신 참석할 수 있다. 반드시 장관이 한복을 입고 참석할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오히려 걸림돌은 부처 이기주의와 고위 공직자의 그릇된 인식이 아니었나 싶다.

    관가와 업계 소식에 밝은 소식통에 따르면 행사 논의과정에서 일부 고위 공직자는 한복이 불편하다며 입기 싫다는 견해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행사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다.

    관가 일각에선 연초부터 특정 부처가 튀는 행사를 진행하는 데 따른 견제심리가 작동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심술보가 발동했다는 것이다.

    한복의 세계화는 박 대통령이 애정을 보이는 관심분야 중 하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청와대 사랑채에서 한복 패션쇼와 특별전을 열기도 했었다.

    고위 공직자의 그릇된 인식도 행사를 방해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국무회의에 참석하는 고위 공직자 중 한복이 없는 경우가 뜻밖에 많고, 이들이 고가의 한복을 장만해야 한다며 부담을 느끼는 것 같았다"고 귀띔했다.

    눈여겨볼 대목은 일부 고위 공직자가 비싼 한복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이번 기획행사의 취지는 비즈니스 한복으로의 가능성을 국무회의를 통해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지 비싼 한복을 차려입고 뽐내는 패션쇼를 열자는 게 아니다.

    이번 기획에 국내 유명 한복 디자이너들이 재능기부 형식으로 참여 의사를 밝힌 것도 한복은 명절 등 특별한 날만 입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자 했기 때문이다.

    우리 옷을 일상의 근무복으로도 편하게 입을 수 있게 공무원이 솔선수범하자는 행사를 '그럼 참석을 위해 비싼 한복을 사 입어야 하는데 싫다'라고 생각하는 고위 공직자가 있는 한 한복 국무회의 개최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