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대출 연체율 최초 3% 돌파… 카드사 자산건전성 추가 악화 불가피회수 불가 대출 고려해 고금리 책정→이자부담 연체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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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민의 급전창구인 장·단기 카드 대출 상승세가 위험 수위를 넘어섰다. 45조원에 육박하는 대출 규모에 연체율은 최초로 3% 이상을 기록함에 따라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 제1금융권의 높아진 대출 문턱 때문에 '풍선효과'가 나타난 것인데, 고금리 등으로 경영 압박에 시달려온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대출 증가에 열을 올린 탓도 있다.   

    30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국내 전업카드사 8곳의 카드 대출 규모는 44조6650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이 통계를 내기 시작한 2003년 이래 최대 규모다.

    장기 카드대출인 카드론은 38조7880억원(648만2000건), 단기 카드대출인 현금서비스는 5조8760억원(522만7000건)으로 나타났다.

    내수 경제 악화와 고금리·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은행, 저축은행이 대출 조이기에 나서면서 대출 수요가 카드사에 몰린 탓이다.

    문제는 연체율도 심각한 수준을 기록했다는 점이다. 8월 말 기준 카드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은 3.1%다. 카드 대출 연체율은 2021년 1.9%, 2022년 2.2%에서 꾸준히 올라 처음으로 3%를 넘어섰다.

    카드 대출의 연체는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왔다. 상환 능력이 부족한 중저신용차주의 대출이 많기 때문이다. 카드 이용 고객이면 별도의 서류 제출이나 까다로운 심사 없이 간편하게 대출이 가능하다. 시중은행, 인터넷은행, 저축은행에서 대출이 불가능한 차주들이 카드사로 옮아온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 금액도 크다. 8월 말 카드 대출 연체액은 1조3720억원(31만2000건)으로 나타났다. 2003년(6조600억원), 2004년(1조9880억원) 카드 사태 기간을 제외하고 가장 큰 규모다.

    낮은 카드 결제 수수료 때문에 카드 대출은 카드사의 주요 수익원이다. 그러나 대출 회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카드사의 자산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카드사의 자산건전성은 연체율 상승에 따라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6월 말 기준 신한·KB국민·현대·하나·우리카드의 NPL(고정이하여신) 비율은 지난해 말 대비 악화했다.

    하나카드가 1.20%에서 1.50%로 0.30%p 올라 가장 높은 NPL 비율을 보였다. 이어 ▲우리카드(1.0%→1.4%) ▲신한카드(1.30→1.32%) ▲KB국민카드(1.06%→1.13%) ▲현대카드(0.66%→0.75%) 순이다.

    같은 기간 롯데카드의 NPL 비율은 1.56%에서 0.20%p 하락했지만 절대치는 1.36%로 높은 수준이다. 삼성카드는 0.94%에서 0.79%로 떨어졌다.

    대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카드사는 이를 대손상각비용으로 처리한다. 카드사들의 대손상각비용은 올해 상반기에만 2조원을 넘어서 작년 같은 기간(1조8349억원) 대비 2300억원가량 늘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미 건전성 지표가 악화된 상태에서 카드사들이 영업수익을 위해 과도한 규모의 대출을 취급한 부작용"이라며 "카드사가 회수 불가능한 대출 규모를 고려해 고금리를 책정하고 차주들은 이자 부담으로 연체를 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수익성이 받쳐주고 있고 연체율 추이가 상승세이긴 하지만 관리 가능한 범위로 파악된다"며 "연체율 추이를 주의 깊게 모니터링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