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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최근 ‘신한 Future's Lsb 2기’(이하 퓨처스랩) 발동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신한 퓨처스랩은 핀테크 관련 스타트업 기업을 발굴, 육성하는 프로그램으로 초기 투자와 계열사 협력 사업을 지원한다.
프로그램 2기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은 22일까지 지원할 수 있다.
앞서 열린 설명회에선 국내 100여 곳의 핀테크 기업과 투자사, 내부 전문가 등 250여 명이 참석해 퓨처스랩에 대한 높은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본지에서는 신한금융지주의 퓨처스랩 흥행 성공 비결에 대해 집중 분석해봤다. -
◆눈으로 직접 확인한 ‘퓨처스랩 1기’ 성장 스토리
지난해 출범한 핀테크 협업 프로그램 ‘신한 퓨처스랩 1기’에선 리얼아이덴티티, 브랜덤, 비모, 스마트포케스트, 블로코(구 클라우드월렛), 페이민트, 스트리미 등 7개 업체가 참여했다.
이 중 비모는 대출희망자와 투자희망자를 연결해 주는 P2P대출 플랫폼 서비스로 옐로우금융그룹, 세틀뱅크, 티켓몬스터 등 총 22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또 신한은행 써니뱅크의 중금리대출을 위해 기존 은행이 보유한 신용평가시스템과 달리 SNS, 설문조사 등 다양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자체 신용등급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페이민트는 지난 여름 신한카드와 제주도관광지 할인쿠폰 모바일 서비스를 오픈하며 고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이밖에 스마트포케스트는 신한금융투자와 빅데이터 기반 투자정보 사업화를 위한 업무제휴를 시작으로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 이용계약까지 체결하며 성장기반을 마련했다.
퓨처스랩 참여기업 블로코 역시 신한데이타시스템과 블록체인 기술 협력을 체결하는 등 신한금융지주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시장을 개척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7개 기업의 성공 스토리가 꿈이 아닌 현실로 이뤄지자 수많은 스타트업 기업들이 퓨처스랩 2기에 참여하길 희망하는 것이다.
올해 역시 신한금융지주는 퓨처스랩 2기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상태다.
한동우 회장은 “국내 핀테크 기업의 실질적인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신한은행, 신한캐피탈 등 계열사를 통한 직접투자를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차별화된 멘토링 시스템으로 성공 확률 높여
퓨처스랩 참여 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계열사 지원뿐만 아니라 내·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멘토링 조직도 큰 몫을 담당했다.
신한은행을 비롯해 카드, 금융투자(증권), 생명 등 전 계열사의 실무자가 참여해 실제로 금융회사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인지 함께 고민한다.
또 케이큐브벤처스, L&S벤처캐피털, 쿨리지코너인베스트먼트, 캡스톤파트너스, 블루런벤처스 코리아, 퀄컴벤처스, DSC인베스트먼트 레드헤링 등의 투자전문가와 퓨처플레이, 스파크랩, 알리페이 및 변호사, 회계사, 홍보전문가, 기자, 변리사 등으로 구성된 외부전문가들도 멘토를 자처하고 있다.
이렇게 구성된 멘토 조직은 ‘3자 미팅’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6주간 미래성장성과 사업성을 평가한다.
일반적인 1기업 1멘토에서 벗어나 다각적인 사업검토가 가능하다는 게 성공 확률을 높이는 비결로 꼽히는 이유다.
이밖에도 매주 월요일 퓨처스랩에 입주한 기업들에게 각 금융기관들의 연구 자료를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며 일산과 죽전의 신한금융지주 전산센터를 이용한 ICT 테스트도 완성도를 높이는 비결이다.
16주간의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데모데이를 열어 그 동안의 성과를 공개한다.
데모데이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해외진출 지원도 약속받을 수 있다. 지난 1기에선 스트리미와 블로코 등 2개 기업이 선정돼 홍콩 핀테크 인베스터스데이에 참가했다. -
*퓨처스랩 기업들의 본산, 남산스퀘어빌딩에 라꾸라꾸가 놓인 사연
남산스퀘어빌딩은 퓨처스랩 기업들에게 ‘핀테크 본산’으로 통한다.
퓨처스랩에 참여 기업으로 선정되면 신한금융지주가 제공하는 이곳에 입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남산스퀘어빌딩에 마련된 신한 퓨처스랩은 입주 기업들이 연구 및 개발, 협업이 자유롭게 이뤄질 수 있도록 사무공간을 비롯해 회의실, 휴게실 등을 제공한다.
부족할 것이 없어 보이는 곳이지만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었다.
바로 개발자들이 밤새 업무에 매진하다 잠시 눈을 붙일 수 있는 침대다.
귀여운 불만은 지난해 9월 금융위원회에서 마련한 1박2일 핀테크 캠프에서 나왔다.
핀테크 업체인 스트리미의 박준상 공동대표가 사무실에 라꾸라꾸 침대 하나 놔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현장에 있던 조용병 신한은행장은 “당장 마련해주겠다”라며 화답했고 실제로 1주일도 채 안 돼 휴게실 한 켠에 라꾸라꾸 침대 2개가 자리를 잡았다.
이 일화는 침대가 없어 불편하다고 하소연하는 게 아닌 은행장과 핀테크 대표가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예다.
사실 핀테크가 그동안 국내에서 자리 잡지 못한 이유는 은행과 IT업체 간 관계가 수평적 협력이 아닌 수직적인 갑을관계 때문이다.
은행은 저가로 IT업체의 기술을 이용하길 원했고 IT업체들은 실적을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역마진의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결국 만성적인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핀테크 기업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것이다.
신한 퓨처스랩은 이 같은 업계의 고질적인 병폐에서 벗어나 상생의 길을 나아가고 있어 절망보다 희망이 커 보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