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ISA계좌 74%가 1만원 이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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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능통장'이라는 불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대부분이 '깡통계좌' 형태로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9일 금융감독원이 더불어민주당 민병두 의원실에 제출한 'ISA 금융사 가입금액별 계좌 현황 자료'에 따르면, ISA가 출시된 3월 14일부터 지난달 15일까지 한 달간 은행권에서 개설된 ISA는 136만2800여개, 가입금액은 6311억여원이다.

    계좌당 평균 가입액을 계산하면 약 46만3000원이다.

    그러나 은행 개설 전체 계좌의 74.3%(101만3600개)가 가입액 1만원 이하인 계좌로 드러났다. 

    100원 이하가 예치돼 동전 소리만 요란한 초소액 계좌도 2.0%(2만8100여개) 수준이다. 이들 계좌 가입액은 총 150만원으로, 계좌당 평균액은 53원이었다.

    1원짜리 계좌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이 ISA 최소 가입액을 1원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은행 중에서 ISA 계좌 평균 가입액이 가장 적은 곳은 10만원 수준인 NH농협은행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액 1000만원을 초과한 계좌는 1.6%(2만2000여개)로 100원 이하 계좌 수보다 적었다.

    가입액 100만원을 넘긴 계좌는 3.9%(5만4400여개) 밖에 되지 않는다.

    이 같은 현상은 ISA 도입 초기 직원들의 계좌 유치 목표를 설정하는 등 치열한 판촉전을 펼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ISA계좌 도입 당시 '깡통계좌'를 양산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은행보다 평균 가입액이 큰 증권사에서도 마찬가지다.

    출시 한 달간 증권사에서 개설된 ISA는 14만2800여개, 가입액은 3877억여원이다. 평균 가입액은 271만4000여원으로 은행의 6배에 가깝다.

    하지만 이들 계좌 중 1만원 이하 계좌가 36.4%(5만2000여개)에 달했다.

    1000원 이하 계좌는 12.6%(1만8000여개), 100원 이하 계좌는 7.2%(1만200여개)로 집계됐다.

    가입액이 1000만원을 넘는 계좌는 1만1600여개로 8.1%에 불과했으나 가입총액은 2126억여원으로 전체의 54.8%를 차지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ISA 깡통계좌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이르면 이달 중 수익률과 수수료가 전부 공개돼 금융사별 비교가 가능해지면 본격적인 투자(자금유입)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병두 의원은 "금융회사들이 과도한 실적경쟁을 벌여 깡통계좌가 넘쳐나고 있다"며 "ISA가 진정한 국민 재테크 통장으로 거듭나려면 외양보다는 내실부터 다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