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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판(선박용 철강재) 대금을 받지 못한 국내 철강사들과 STX조선해양 간의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STX조선이 선박을 인도하며 현금을 확보했지만, 후판 철강사들에게는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기 때문이다. STX조선해양이 협력업체 대금 지급 등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철강사들이 언제쯤 후판대금을 회수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STX조선해양은 최근 선박 5척을 발주처에 인도하며 현금 1000억원을 확보했다. 비슷한 무렵 IBK기업은행과 신한은행, 부산은행, 경남은행 등 은행권에서도 STX조선해양의 협력업체에 1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STX조선해양이 현금을 확보함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은 후판대금 지급을 내심 기대했지만, 그 자금은 조선 기자재 등 중소 협력업체들에게 우선적으로 돌아갔다. 협력업체들이 밀린 납품대금을 받기 전에는 선박 기자재 납품 등에 협조할 수 없다는 강력한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이다.
철강사들은 7월 이전 채권 문제가 불거지기전까지 STX조선해양 회생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60일 어음을 180일까지 연장해 주는가 하면 단가 역시 중국산과 맞춰달라는 요구에 최대한 낮췄다. 어려운 상황을 알고 선박 건조에 필요한 후판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면서 회생에 최대한 지원했다는게 업계 입장이다.
하지만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서며 모든 채무가 동결됐다. 결국 철강사들은 후판 공급 포기를 선언했다. 그동안 쌓인 후판대금은 포스코가 373억원으로 가장 많고 동국제강 332억원, 현대제철 142억원순이다.
현재 STX조선해양의 상거래 채권은 약 38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국내 철강 3사가 847억원으로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철강사들은 STX조선이 채권단 관리를 받고 있을 당시 채권단을 믿고 후판 공급을 지속했다. 하지만 이후 STX조선해양이 선박 인도 등으로 확보한 자금은 채권단 선수보증금환급으로 우선 사용됐다. 협력업체들에게 돌아간 금액은 아주 일부라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곧장 법정 관리에 들어갔고, 이후 원금 및 이자의 85.77%를 출자전환(대출금을 주식으로 전환해 기업의 부채를 조정하는 방식) 방식으로 갚고, 나머지 14.23%는 10년간 분할 상환하겠다는 상거래 변제 계획 잠정안을 발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STX조선해양 후판대금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채권단의 잘못도 매우 크다"면서 "채권단을 믿고 자율협약에 따라 후판을 공급했더니, 채권단이 지금에 와서는 자기 살기만 급급해 우리를 나몰라라 한다"고 한탄했다.
이어 "지난달 발표한 변제 계획안은 대금을 갚지 않겠다는 말과 다를거 없다. 9월 9일내로 발표될 회생계획안을 기대하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쌓은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에 구체적인 상환 방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후판 공급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