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신속 검토 후 21일 결정"최윤범 회장 배임여부 최대 쟁점국민연금 의결권 행사 여부 주목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뉴데일리DB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의 자사주 공개매수 중지 2차 가처분 사건 심문 결과가 이르면 21일 나올 전망이다. 법원의 판단이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적법성을 가르는 주요 선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자본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쟁점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시도가 적대적 인수 방어인지 여부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시장 혼란을 초래하지 않도록 기록을 신속히 검토해 21일에는 결정을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고려아연은 이사회 결의를 거쳐 약 3조6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공개매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당초 주당 공개매수가를 83만원으로 제시했다가 지난 11일 주당 89만원으로 높였다. 영풍은 공개매수를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최 회장이 제시한 주당 89만원의 자사주 공개매수가가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지  △임의적립금을 이사회 결의로 자사주 취득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지 △1대주주 영풍이 참여할 수 없는 자사주 공개매수가 주주평등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등을 놓고 법원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영풍 측 대리인은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를 '배임'으로 규정하며 "최윤범 회장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것이고 모든 주주가 희생을 감수하며 적립한 이익금을 사용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풍은 고려아연 주가가 지난 10년간 30만~55만원을 유지한 점을 지적하며 최 회장이 제시한 매수가 89만원은 주식의 실질 가치를 고려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에 최 회장 측 대리인은 "자사주 공개매수는 외부 세력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응해 기업 가치와 주주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추진하는 것"이라며 "영풍과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잡으면 회사의 성장보다 배당 확대를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박하고 있다.

    이번 가처분은 지난 2일 법원이 기각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결과보다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앞선 가처분 판단에서는 영풍과 최 회장의 특별관계 해소 여부를 주로 판단했지만, 이번에는 최 회장의 배임 여부를 다루고 있어서다.

    경영권 확보를 염두에 둔 공개매수에 대응하는 수단으로 대규모 자사주 취득에 나서는 것은 국내에서 이례적 사건이다.

    한편 뉴데일리가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의뢰해 '고려아연 사태 관련 국민 인식조사'를 실시한 결과 고려아연의 생산 소재가 국가기간산업 혹은 한국 경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기반산업이라고 생각한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자 중 72.4%로 나타났다. '그렇지 않다'는 답변은 17.7%에 그쳤다.

    고려아연이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해외로 국가 전략기술과 인력이 유출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하는 응답자는 10명 중 6명(62.6%)으로 나타났다.

    MBK파트너스는 "해외로의 기술 유출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단기 수익을 중시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수·합병에 대한 국민적 우려는 무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고려아연 지분 7.83%를 쥔 국민연금의 캐스팅보트 역할도 주목된다. 국민연금은 2년 전 고려아연 주총에서 장형진 영풍 고문을 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바 있다. 장 고문과 최 회장의 경영권 분쟁이 수면 위로 드러난 올해 3월 주총에서도 고려아연 경영진 편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