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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그룹 노동조합이 계획한 지난달 31일 공동파업이 최종 무산됐다.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이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명령으로 쟁의권 확보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조정신청 후 쟁의권 확보로 다시 공동파업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향후에도 노사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 노조는 추석 전까지 파업을 잠시 내려놓고 사측과 집중 교섭에 나설 계획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현대미포조선과 현대삼호중공업에 사측과의 재협상을 요구함에 따라, 조정신청을 하고 쟁의권을 확보하기까지는 10여일이 더 소요된다. 이에 현대중공업 노조도 나홀로 파업보다는 집중 교섭이 낫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추석이라는 대목 전에 진전된 협상결과를 들고 나와 노조원들의 지지를 받으려는 의도도 밑바탕에 깔려 있다.
그럼에도 현대중공업 노조는 파업이 강행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집중 교섭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재파업에 돌입한다는 것.
현대중공업 노조는 투쟁의 또 다른 방안으로 지난주 회사를 상대로 울산지방법원에 '전출명령과 희망퇴직 모집 등 중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법의 울타리 안에 조합원들의 일방적인 구조조정을 막아달라고 나선 것이다. 사실상 투쟁의 마지막 카드로 보인다.
노조는 "회사가 진행하고 있는 분사와 희망퇴직 등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모두 노조와 협의되지 않았다"며 "희망퇴직 역시 아무런 기준 없이 일방적으로 강요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런 노조측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설비부문 분사와 희망퇴직 등 자구계획 이행에 있어 필요한 사항들은 노조에게 미리 충분히 설명했다는 것.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설비부문 분사 등 자구계획과 관련된 일들은 사안별로 사전에 통지했다. 또 분사를 거절하는 인원에 대해서는 전출명령이 날 수 있다고도 공지했다"며 "희망퇴직과 관련해서는 희망자에 한해서만 받고 있으며 강요되는 사항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노조가 제기한 중지 가처분 소송에 대해서는 일단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아무런 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사측이 마땅히 대응할만한 사안이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노조의 중지 가처분 소송은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서도 "노조측 주장에 따르면 사측이 불법으로 구조조정을 했다는 말인데 그게 가능하냐"고 반문했다.
이어서 "파업 동력을 잃어가는 마당에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며 "노사 갈등이 깊어지면서 직원들 모두 피로감만 쌓여가고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현대중공업 노조의 파업은 사측 주장대로 시간이 갈수록 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현대차 노조가 공동투쟁에 이탈한데 이어, 삼성중공업 등 다른 조선사들도 임단협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사실상 현대중공업 혼자 파업을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1만6천명의 노조원 가운데 파업에 참여하는 인원은 10%가 채 안된다"며 "무노동 무임금 원칙 아래 노조원들이 하루 파업에도 참여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