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KTX에 대체인력 집중"… 코레일 "효율성·이용객 불편 고려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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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노조 파업이 28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파업 장기화로 저렴한 일반열차를 주로 이용하는 서민이 가장 골탕을 먹는다는 지적이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소위 돈 되는 KTX에 비해 적자 노선인 일반열차 운행 정상화에 소극적인 것 아니냐는 견해가 나온다. 코레일은 열차 운행의 효율성을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24일 코레일에 따르면 이날 오전 6시 현재 열차 운행은 평소의 82.3% 수준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KTX와 통근열차는 평소처럼 정상 운행한다.
반면 수도권 전철은 2052대에서 1764대로 운행계획이 줄어 평소의 86.0% 수준에 그친다. 새마을호는 46대에서 27대, 무궁화호는 268대에서 167대로 줄어 운행률이 각각 58.7%와 62.3%에 머물 전망이다.
화물열차는 이번 파업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평소 208대에서 112대로 줄어 53.8% 수준으로 운행한다.
철도파업이 5주차로 접어들었지만, KTX와 통근열차는 운행에 차질이 없는 상태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은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파업이 장기화하더라도 KTX 100%, 수도권 전철 85%, 일반열차 60%, 화물열차 30% 수준에서 열차운행을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파업이 길어질수록 서민의 피해와 불편만 가중된다는 의견이다.
코레일은 효율성을 이유로 일반열차 운행 정상화에 회의적이다. KTX는 기장 혼자서도 운행할 수 있지만, 일반열차는 열차 특성상 교대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대체인력을 투입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KTX는 18~20량을 끌지만, 새마을호 등 일반열차는 열차편성이 적어 기관사 1명이 실어나를 수 있는 여객 수를 고려할 때 KTX 운행을 줄이는 게 승객 불편이 크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는 한 번에 최대 935명을 실어나를 수 있지만, 일반열차는 부산노선만 해도 300~400명 수준에 그친다"고 부연했다.
코레일은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기관사 1명이 연속으로 운전할 수 있는 시간도 제한돼 있다고 덧붙였다. 부기관사가 있으면 교대를 통해 최대 5시간 운전할 수 있으나 기관사 혼자 운행할 때는 최대 3시간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KTX는 기장 혼자서도 부산까지 운행할 수 있는 반면 일반열차는 중간에 교대가 필요하다"면서 "디젤열차는 열차 특성상 기관사가 2명 필요하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코레일 설명이 얼토당토않은 것은 아니라는 견해다. 다만 수익성과 여론을 의식해 국민의 이동권을 왜곡하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한다.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 설명은 자기합리화에 불과하다"며 "철도는 공공재라는 이유로 대체인력을 투입해 필수운행유지율을 지키게 하는데 코레일은 이를 임의로 지키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레일 설명으로는 파업 기간 열차별 운행유지율은 평소 대비 KTX는 56.9%, 수도권 전동열차는 63%, 일반열차는 새마을호 59%, 무궁화호 63%로 돼 있다.
코레일은 KTX는 기준보다 43.1%포인트 초과해 정상 운행하는 반면 일반열차는 기준 언저리에서만 운행하고 있는 셈이다.
코레일이 수익이 발생하고 여론에 민감한 KTX, 수도권 전철에는 대체인력을 초과로 투입해 운행률을 끌어올리지만, 적자 노선인 일반열차에는 관심이 덜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24일 현재 수도권 전철의 필수유지운행률은 기준보다 23%포인트 높지만, 새마을호는 0.3%포인트 낮은 수준이다.
다른 철도노조 관계자는 "코레일은 이번 파업이 불법이라며 노조법에서 정한 필수공익사업장의 대체인력 제한까지 어기고 있다"면서 "대부분 대체인력을 소위 돈 되는 노선에 투입하고 서민이 많이 이용하는 노선은 생색내기 수준에서 열차를 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수도권 등은 열차가 아닌 대체 교통수단이 많지만, 장거리 노선은 그렇지 않다"며 "이용객 불편을 고려하면 장거리 노선인 KTX에 대체인력을 집중 배치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