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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재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예전부터 중국산 철강재에 강한 공세를 펼쳐온 미국이 트럼프 당선과 맞물려 그 수위를 높혀가고 있는 것이다. 제 3국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산에 대해서도 관세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혀 양 국가간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18일 미국 및 중국의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는 베트남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강재 조사에 착수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상무부는 중국 철강사가 베트남을 통해 미국에 철강재를 수출한 과정을 면밀히 들여다 본다는 계획이다. 다시 말해 베트남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산 철강재가 미국의 수입관세를 회피했는지 여부에 대해 정식 조사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철강사들은 상무부가 이같은 결정을 내리기 전인 지난 9월, 자국 시장에 베트남산으로 둔갑한 중국산 철강재가 범람하고 있다며 이미 제소한 바 있다.
상무부의 이번 조사는 자국 철강사들의 제소를 받아들인 것으로, 미국 당국의 중국산 철강재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력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철강사들은 지난 9월 제소에서 "중국 철강사들이 자국에서 생산한 철강재를 우선 베트남으로 운송한 후 제품에 변형을 가해 베트남에서 제조된 철강재로 만든 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미국이 중국산 철강재와 베트남산에 부과하는 관세율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베트남산 철강재에 대해 중국산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중국 철강사들은 이번 조사 이후 베트남을 경유해 미국 시장으로 유입된 철강재에 대해 미국이 새로운 관세를 징수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국 상무부의 한 관계자는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산 철강재가 베트남에서 변형될 때 아연 등 추가로 내식성을 강화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미국 철강사들의 변호인 측은 "중국산 철강재가 베트남에서 가공되는 과정에서 도금 관련 투자가 거의 없고 기본적으로 제품 가치가 상승하지 않았다"며 "어떠한 부품 추가나 품질 강화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무역분석기관인 Global Trade Information Services의 통계는 미국 철강사들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 기관에 따르면 올해 1~6월 베트남이 미국으로 수출한 철강재는 31만2329톤으로 전년동기 대비 12배 가량 급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수출량은 2만5756톤에 불과했다.
미국의 올해 상반기 베트남산 수입 급증은 중국산이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 기관은 1~6월 중국이 베트남으로 수출한 철강재는 630만톤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30만톤)에 비해 46% 증가했다고 밝혔다.
한편 트럼프 당선자는 미국 대선 유세를 통해 중국산 제품에 최대 45%의 수입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따라서 트럼프의 공약이 현실이 될 경우 중국산 제품을 둘러싼 양국의 무역 갈등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