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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국제강이 조선산업 불황에 직격탄을 맞았다. 조선향 물량 감소로 최근 두달 연속 후판 판매량이 역대 최저치로 떨어졌다. 특히 주 거래처였던 STX조선으로의 판매 중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동국제강의 지난 10월 후판 판매량은 7만3000톤에 그쳤다. 지난 9월에 이어 다시 한번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전월에 비해서도 41% 감소한 것으로 됐다.
동국제강 후판 판매 급감은 조선산업 부진이 직접적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올 들어 국내 조선사들은 기나긴 수주절벽을 맞이하며, 사상 최악의 수주실적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철강사들의 후판 공급도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특히 동국제강 후판 판매실적은 포스코,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보다 더욱 심각하다. 여느 철강사보다 판매 비중이 높았던 STX조선과의 거래가 중단됐기 때문이다. 포스코, 현대제철도 STX조선과 거래를 중단했지만, 동국제강만큼은 심각하지 않은 상황이다.
동국제강 전체 후판 매출에서 STX조선해양 물량이 차지하는 비중은 13%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STX조선과의 거래 중단에 따른 후판 판매 급감은 예견된 수순이었다는게 업계 시각이다.
현재 동국제강을 비롯한 포스코, 현대제철은 STX조선과 후판 미수대금을 놓고 치열한 대립 중에 있다. 국내 후판 제조사들은 미수금 변제 없이는 후판 공급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어느 시점에 거래가 재개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동국제강이 재차 후판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조심스러운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이달 들어 포스코, 현대제철이 잇따라 정부 구조조정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9일 포스코는 후판 설비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고, 뒤이어 현대제철은 단조사업 부문에 원샷법(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적용을 신청했다. 따라서 동국제강에 가해지는 구조조정 압박도 커질 수 있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현재까지 동국제강은 더 이상 구조조정은 없다는 입장이다. 두 차례 후판공장 가동중단으로 후판 구조조정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국제강은 2013년 포항 1후판 공장을 매각한 데 이어 포항 2후판 공장도 지난해 8월 가동을 중단한 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따라서 동국제강은 비조선용 확대, 초극박물 개발 등 다양한 전략으로 조선용 후판 판매 감소를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3분기 동국제강 비조선용 후판 판매 비중은 1분기대비 9%P 상승한 37%를 기록했다.
또 4.5~6mm 범위의 초극박물(두께가 매우 얇은 제품)을 개발해 고부가가치 후판 판매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초극박물은 해양경비정, 잠수함 등 상대적으로 가볍고 기동력을 요하는 선박에 사용되며, 까다로운 압연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동국제강은 현재 일본 JFE스틸과 초극박물 개발을 위한 기술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 안에는 개발을 완료하고 상용생산에 들어간다는 내부 목표를 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후판사업은 그동안 조선향 물량에 치중해 왔던 만큼 일시적인 판매 감소는 불가피하다"면서 "비조선용 후판 비중을 늘리면서 차츰 조선향 물량을 채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