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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 미뤄왔던 정기 임원 인사를 드디어 단행했다. 통상적으로 12월 말에 진행하던 인사가 최순실 여파로 한 달 반 가량 지연된 것이다. 신흥시장 침체와 내수시장에서의 부진 등 판매 부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6일 2017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판매 실적이 2년 연속 부진한 것이 반영돼 2015년 대비 임원인사 규모는 5.4% 줄어든 348명이다. 2015년에도 전년 대비 15% 감소한 368명의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통상 연말에 하던 2016년 정기 임원인사가 연초로 늦춰진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최순실 여파로 인한 파장이 어느 정도로 확산될지 예상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더 이상 미루면 골든타임을 놓칠 것이란 우려와 불안감이 커지면서 정몽구 회장이 결국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지난해 글로벌 시장에서 485만7933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2.1% 감소한 수치다. 이로 인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18.3% 감소한 5조1935억원에 그쳤다. 영업이익이 5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2010년 이후 6년 만이다.
기아차는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방심할 수준은 아니다. 기아차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301만8093대를 팔았다. 판매는 전년 대비 1.0%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4.6% 증가한 2조4615억원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글로벌 판매는 788만여대에 그쳤다. 판매목표 813만대에 크게 못미치는 실적을 거뒀다. 내실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를 할 수 밖에 없게 됐다.
특히 이번 인사는 ▲전문성을 갖춘 신임 경영진 선임 ▲미래 기술 연구개발 부문 강화 ▲R&D 최고 전문가 육성을 위한 연구위원 임명 ▲성과 중심의 여성 임원 승진 등이 특징으로 꼽힌다.
현대엔지니어링 화공플랜트사업본부장인 성상록 부사장을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으로 승진 발령한 것이 전문성에 역점을 둔 대표적인 인사다.
또 부사장 승진 11명 중에 7명이 연구개발 및 기술 부문이다. 미래기술 개발에 신경 쓴 흔적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연구위원 3명을 새롭게 선임해 기술 분야의 전문 역량도 강화했다. 우수 인재 발탁도 눈에 띈다. 현대차의 자율주행기술 개발을 담당해 온 장웅준 이사대우는 신임 임원이 되면서 현재 현대차그룹 내 최연소 임원(1979년생, 만 37세)이라는 타이틀도 얻게 됐다.
높은 성과를 내년 여성 임원 4명에 대한 승진도 이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