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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이 이번 주 투자위원회를 열고 대우조선해양 채무조정안에 대한 최정 입장을 정리한다.
또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로 입은 투자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소송을 별도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한 관계자는 5일 "더는 시일을 끌 수 없어 이번 주 투자위원회에 대우조선 안건을 상정하기로 했다"며 "자료 부족으로 실무부서가 충분히 검토하지 못해 금주 회의에서 최종 입장이 정리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전날 오전 국민연금 측에 대우조선 실사 보고서 등 기금운용본부가 요청한 자료를 전달했다.
그러나 비밀유지 협약 동의를 자료 열람의 전제 조건으로 내걸어 기금운용본부 실무진이 전날 오후 4시까지도 자료를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우리가 요청한 자료를 충분히 줬는지도 확인이 안 된 상태"라면서 "이번 회의에서 최종 입장을 못 정하면 다음 주 투자위원회를 추가로 열어 채무조정안 수용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회사채 투자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는 문제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 "이 사안도 투자위원회에서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은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출자전환하는 회사채 50%에 대한 법적 권리를 적극적으로 방어하기 위한 조처로 풀이된다.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채무조정안을 받아들이면 줄자전환을 하는 회사채 50%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채무조정안 수용 결정에 참여한 기금운용본부 임직원은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해 형사법상 국민연금에 대한 업무상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지적이다.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국민연금이 소송을 제기하면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더라도 추후 최소 출자전환 물량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근거가 될 수 있다"면서 "민사법상으로도 문제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서는 채무조정안 수용 이전에 소송을 제기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기금운용본부의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 "아무 조치 없이 채무조정안에 동의하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변호사의 검토 의견이 있었다"며 "채무조정안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소송을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의 채무조정안 수용과 손해배상청구소송은 별개의 문제"라며 "채무조정안에 찬성하더라도 얼마든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2012∼2015년 발행된 대우조선 회사채에 총 3887억원을 투자했다.
대우조선의 분식회계는 2008년부터 2016년 3월까지 이뤄졌다.
분식회계를 조직적으로 묵인·방조·지시했다는 이유로 최근 1년간 신규감사 업무정지 제재를 받은 딜로이트안진회계법인이 대우조선의 외부회계감사를 맡은 시기(2010∼2015년)와도 겹친다.
따라서 분식회계에 따른 잘못된 재무제표를 토대로 발행된 회사채에 투자해 발생한 손해를 대우조선이나 딜로이트안진 등으로부터 배상받아야 한다는 게 국민연금의 입장이다.
국민연금이 채무조정안을 수용하면 출자전환하는 대우조선 회사채 50%(액면금액 기준 1943억5000만원)는 전부 손실로 평가된다.
여기에 만기 연장되는 나머지 물량에 대한 손실까지 계산하면 국민연금의 대우조선 회사채 투자로 입게 될 평가손실은 2682억원에 달한다는 게 나이스신용평가의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과 딜로이트안진 등을 대상으로 분식회계로 입은 주식 투자 손해를 배상하라는 489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별도로 진행 중이다.
산업은행과 금융당국은 오는 17∼18일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에서 50%를 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을 마무리한 뒤 신규 자금을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등의 반대로 채무조정안이 부결되면 대우조선은 워크아웃과 법정관리를 결합한 '프리패키지드플랜(P플랜)'에 들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