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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1위 기업인 유한양행의 매출구조를 들여다보면 씁쓸함을 지울수 없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매출 1조3120억원(개별재무제표 기준) 가운데 상품매출 비중이 74.5%에 달한다.
유한양행의 상품매출은 원료의약품, '유한락스' 등의 생황용품이 포함돼 있지만, 상당부문은 다국적제약사로부터 도입해 판매하는 품목의 매출이 차지하고 있다.
고혈압치료제 '트윈스타', 당뇨치료제 '트라젠타', B형간염치료제 '비리어드' 등이 대표적으로, 특히 비리어드의 경우 지난해 매출만 1456억원에 이른다. 전체 매출의 10% 정도가 도입품목 1개 제품에서만 발생한 셈이다.
상위제약사들이 막강한 영업력을 내세워 경쟁적으로 도입품목 판매에 나서는 이유는 '몸집불리기'에 가장 용이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 중 유한양행은 업계 최초 매출 1조를 달성하기 위한 발판으로 도입품목을 활용한 대표적 예다.
유한양행이 제약업계 1조 시대를 열었던 2014년은 김윤섭 전 사장의 임기 마지막해로, 당시 김 전 사장은 베링거인겔하임·릴리와 코프로모션(공동판매)을 맺고 있던 트윈스타, 트라젠타 등의 판매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이유로 매년 유한양행의 도입품목 비중 확대에 대한 비난은 이어지고 있다. 업계를 대표하는 회사가 사실상 다국적제약사의 도매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문제는 유한양행의 현재 매출구조가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전문경영인 체제에서 지속적 연구개발투자가 어렵다는 것이 주요인이다.
유한양행이 지난해 연구개발에 투자한 비용은 865억원으로 전체 매출의 6.5%에 불과하다. 이는 업계 평균인 7.2%에도 미치지 못한다.
유한양행의 경쟁사인 녹십자, 대웅제약, 종근당의 경우 전체 매출의 11~14%를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것과 비교하면 절반 정도 수준이다. 특히 한미약품의 경우 무려 18.4%를 연구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철학에 따라 오너 기업이 아닌 전문경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영구조가 오히려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제약사에는 걸림돌이 되는 상황이다.
"전문경영인은 임기기간 동안 일종의 퍼포먼스를 보여줘야한다는 점에서 신약개발에 대한 투자보다는 외형확대에 치중할 수밖에 없다"라고 설명한 업계 관계자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유한양행 이정희 사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R&D 강화를 통한 새가치 창조를 강조했다. 이정희 사장이 임기기간 동안 전문경영인 체제의 한계를 극복하고 유한양행이 변화할 수 있음을 보여줄지 기대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