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환율 1500원 가능성… 전문가들 불확실성 확대 경고금융지주, 환율 급등에 비상 경영 논의… 전략 수정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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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들이 최근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1300원대 환율을 염두에 두고 내년 경영계획을 준비했던 금융지주들은 돌변한 시장 환경에 기존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2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농협)는 환율 상승에 따라 비상 경영계획 수립을 위한 물밑 논의에 착수했다.실무진이 시장 상황을 반영해 구체적인 내용을 확정하면 이사회 보고·결의, 금융당국과의 공유 등을 순차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원·달러 환율은 이달 초 비상계엄 사태로 1430원대까지 오른 뒤 지난주 미국 기준금리 인하 지연 전망에 1450원대로 더 뛰었다.일부 금융지주는 내년 상반기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자기자본비율 등 재무 건전성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모습이다.KB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는 시나리오를 추가 설정하기로 했다.KB금융 관계자는 "금융시장이 점차 안정돼 환율이 1300원대 중반을 회복하는 기본 시나리오를 가정해 사업계획을 마련했다"며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을 고려해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하는 시나리오도 준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신한금융지주 역시 내년 환율 전망을 1300~1450원(평균 1360원) 수준으로 보고 경영계획을 짰으나, 전망치 수정을 검토 중이다.신한금융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상황에 따라 환율 전망 상향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다"며 "환율 상단이 1400원대 후반에 달할 가능성을 열어놨다"고 전했다.하나금융지주는 지난 10월 일찌감치 내년 경영계획을 확정하면서 내년 평균 환율을 1,385원으로 가정했다.하나금융 관계자는 "당시 계획과 별개로 현재는 환율 전망치를 최고 1450원까지도 염두에 두고 있다"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우리금융지주는 내년 평균 환율이 1300원대로 안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경영계획을 수립했다.우리금융 관계자는 "내년 경영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경영계획 수정 등을 검토할 계획"이라며 "최근 확대된 대내외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내년 환율은 평균 1350원에서 1400원 사이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했다.농협금융지주도 내년 평균 환율 전망치를 지난 9월 말 기준 1330원에서 11월 말 기준 1350원으로 한 차례 높였으나, 추가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농협금융 관계자는 "지난달 말 경영계획을 확정했으나, 대외 환경 변수에 따른 실적 추이를 분석해 전략 방향 수정을 검토할 것"이라며 "현시점에는 내년 환율을 최고 1450원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금융지주들이 시장 상황을 주시하며 비상 경영계획을 물밑 논의 중인 가운데 각 사 대표 전문가들은 이미 기존 환율 전망치를 대폭 수정해 제시하고 있다.◇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개미'… 달러 강세에 손실 눈덩이원·달러 환율이 연일 고공행진을 보이면서 달러 선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이 상승 중이다. 그러나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하락에 대거 베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0일까지 'KOSEF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 ETF는 8.43%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피가 2.1% 하락한 것과 대조적이다.'KODEX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8.44%), 'TIGER 미국 달러 선물 레버리지'(8.44%) ETF 등도 일제히 올랐다. 레버리지가 아닌 일반 달러 선물 ETF인 'KODEX 미국 달러 선물'(4.44%), 'KOSEF 미국 달러 선물'(4.35%) 등도 상승했다.이 ETF들은 미국 달러 선물 지수를 기초로 삼아 달러화 가치의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는 구조를 갖는다.이런 상황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달러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파악됐다.이달 들어 20일까지 개인은 'KODEX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2X'를 170억원 순매수했으며 'TIGER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2X'과 'KOSEF 미국달러선물 인버스 2X'도 각각 3억4000만원, 1억8000만원어치 담았다.그러나 이들 상품은 이달 들어 평균 7% 넘게 급락해 투자자들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태다.상품별 수익률은 'KOSEF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 -7.75%, 'KODEX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 -7.69%, 'TIGER 미국 달러 선물 인버스 2X' -7.60% 등이다.전문가들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후퇴와 이에 따른 비미국 지역과의 금리차 축소가 지연될 가능성이 있어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달러 지수의 견조한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평균 원/달러 환율 추정치를 기존 1380원에서 1400원대 초반으로 상향했다.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속등하면서 정책당국은 국민연금의 추가 헤지 등을 통한 달러 매도를 확대시키는 등 외환시장 개입에 나설 것으로 보여 연말까지 환율의 추가 상승을 제어할 것"이라며 "그러나 내년 들어 대내외 각종 불확실성으로 인해 원·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이나 변동성이 확대될 여지가 커 보인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