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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 최대 행사인 '철의 날(6월 9일)'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매년 이맘때 쯤이면 각 철강사들의 이슈가 무엇인지에 대해 체크한다. 좀처럼 마주치기 힘든 철강사 대표들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역시 권오준 포스코 회장, 우유철 현대제철 부회장,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 이순형 세아그룹 회장 등 국내 철강업계 CEO들이 철의 날 행사에 참석해 자리를 빛낼 예정이다. 이번 행사에서는 미국 철강 수입 규제를 비롯한 하반기 각종 현안들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매년 그래왔듯이 업계 대표들을 취재하면서 한가지 아쉬운 점은 기자들의 질문을 대하는 철강업계 CEO들의 태도다. 그들은 지금껏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질문하면 애써 외면하거나 급히 자리를 뜨기 일쑤였다.
이는 조선, 자동차 등 다른 업계 CEO들이 행사 후 기자들에게 일일이 답하는 태도와는 완전 상반된다.
물론 말 한마디에 주가가 출렁이는 등 그들의 발언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이해한다. 따라서 답변 하나 하나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대표들이 보여주고 있는 무조건적인 침묵은 아쉬운 대목이다. 독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취재하는 우리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조건 침묵으로 일관하는건 답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사안은 민감하니 말하기 어렵다' 정도만 답해줘도 기자들은 더 이상 묻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냥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 때문에 지난해 철의 날 행사에서는 자칫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현대제철은 당진 제철소 1고로가 고장나 가동이 중단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겪고 있었다. 그만큼 업계 관심도 높아 많은 기자들이 우유철 부회장의 입을 주목했다.
행사가 끝난 뒤 우유철 부회장에게 현대제철 당진 1고로 노황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 부회장은 끝내 한마디도 하지 않고 행사장을 빠져나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기자들이 밀고 밀리며 큰 부상을 당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이 연출됐다.
올해 초 신년인사회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권오준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을 받고 있어 그 어느때보다 기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행사장에 권오준 회장이 나타나자 많은 기자들이 한꺼번에 붙으면서 뒤엉켰다. 권 회장은 최순실 게이트 의혹에 대해 질문하는 기자들에게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했다.
권 회장이 퇴장하는 과정에서 기자들이 입장 한마디라도 듣기 위해 끝까지 달라붙으면서 일부는 넘어지고 밟히는 일까지 생겼다.
이렇게 몸을 던지면서까지 취재하는데 그에 대한 피드백이 전혀 없으면 그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여기서 뭘 하는걸까'라는 자괴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올해는 지난해와 같은 민감한 사안이 별로 없는 것 같다. 따라서 올해 행사장에서는 이러한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대표들에게 '말하기 곤란하다'라는 말이라도 좋으니, 단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는 여유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