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때려 몰아치듯 안 해… 사회·시장 기대 어긋나면 조치 취할 것""45개 대기업집단 내부거래 분석중… 혐의 발견 시 직권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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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이번 주 안으로 4대 그룹 재벌 총수와 만나 정부의 재벌개혁 의지와 관련해 의견을 교환한다.
경쟁 당국은 재벌 개혁을 기업을 때려 몰아치듯이 하기보다 재벌이 태도 변화를 보여 중소기업과의 상생모델을 만들어나가도록 촉구한다는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1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 대통령 미국 순방에 기업인도 참석할 텐데 대통령과 기업인이 외국에서 처음 조우하게 된다"며 "대통령이 직접 재계 인사를 만나기 쉽지 않은 문제가 있어 기업정책 주무부처로서 먼저 만나 대통령 공약의 취지를 설명하려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재계의 첫 공식 만남은 대한상공회의소가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번 주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김 위원장은 면담 대상과 방식에 대해 "희망 사항을 대한상의에 전달했다"며 "면담 대상이 총수냐 전문경영인이냐에 관심이 있겠으나 (지금 밝히면) 기업으로선 제약이 될 수 있으므로 확정되면 말씀드리겠다"고 말했다.
이는 면담 대상이 재벌 총수가 될 수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이 선거운동 기간에 법 집행을 4대·10대 그룹에 집중하겠다고 밝혔으나 구체화한 바가 없어 이에 대한 우려가 있다"며 "(이번 만남에서) 정부의 취지를 설명해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정책방향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벌개혁을 기업을 때리듯이 몰아치듯이 하지 않겠다"면서 "다만 기업 스스로 사회와 시장의 기대에 맞게 변화하는 모습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이른바 재벌은 한국경제의 소중한 자산으로, 더 발전하고 미래를 여는 기반이 되길 희망한다"며 "기업 스스로 중소기업과 상생협력하는 모범사례를 만드는 포지티브 캠페인 방식으로 개혁을 추진하는 게 합리적이고 지속 가능한 방식"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부 이런 모범사례를 높게 평가할 생각"이라며 "반대로 이와 어긋난 모습을 반복하는 기업에 대해선 계속 촉구하겠지만, (필요하다면) 수단을 동원해 적법한 조처에 나서겠다"는 엄포도 빼놓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각 그룹의 특수한 사정에 대해선 계속 협의해나가겠다"며 "그룹마다 사정이 다른 만큼 전체를 포괄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의미가 없으므로 상설협의체를 만들 생각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구성이 마무리되면 경제부총리나 대통령 주관으로 기업인과 만날 계획도 있다"면서 "다만 과거 정부에서처럼 석 달에 한 번씩 성과도 없이 상생협력대회 열듯이 하지는 않을 것이고, (대통령과) 기업인의 독대는 자살행위라는 것을 현 정부가 잘 알고 있으므로 절차는 적법하고 적절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 위원장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엄정한 법 집행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3월부터 45개 대기업집단에 대해 내부거래 실태를 점검하고 있고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앞으로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기업집단 규모와 관계없이 직권조사를 벌여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하도급·가맹·유통·대리점 등 기업 간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에 대해선 실태파악을 거쳐 적극적인 직권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기업집단국 신설 등 조직 개편과 관련해선 "행정자치부·기획재정부 등 관계 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다음 달 하순은 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조직개편이 되면 (공정위) 업무도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시급성과 입법 필요성 등을 따져 단기·중기·장기과제를 나눠 추진하겠다"며 "단기과제도 공정위가 단독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고, 과제가 중요해도 사회적 논의를 거쳐 추진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부연했다.
밀어붙이기식으로 개혁 드라이브를 거는 무리수는 두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은 국회와 긴밀히 협의하겠다"며 "우선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시행령과 고시 등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할 수 있는 사항들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공정위는 조만간 대규모유통업법상 과징금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고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최근 BBQ에 대한 공정위 조사 여부에 대해 "공정위는 담합 등이 아니면 가격결정에 개입할 게 없다"며 "공정위는 물가관리기관이 아니므로 시장 개입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