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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향후 5년간 추진할 보건의료 정책 세부 밑그림이 공개됐다.
보건의료 분야 국정과제는 모두 6가지로, 공공의료 및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보건의료 특성상 직능 간 첨예하게 대립하고, 반대하는 의료정책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의료전문가들은 정책 실행 가능성을 높이도록 보다 정교하게 설계해 추진하고, 이해관계자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당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19일 오후 2시 영빈관에서 열린 '100대 국정과제 정책콘서트'를 통해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국정기획자문위의 5대 국정목표, 20대 국정전략, 100대 국정과제에는 더 많은 약속이 담겨 있다"면서 "새 정부는 이 안을 부처별로 실천 가능하게 다듬고 확정하는 절차를 거쳐 국민과의 약속을 책임 있게 실천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文정부 보건의료 정책 실천계획, 무엇이 담겼나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대선 공약을 기초로 100대 국정과제를 선정해 487개 실천과제를 계획했다.
전체 중 보건복지 분야에 해당하는 과제는 ▲사회서비스 공공인프라 구축과 일자리 확충 ▲국민의 기본생활을 보장하는 맞춤형 사회보장 ▲고령사회 대비, 건강하고 품위 있는 노후생활 보장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및 예방 중심 건강관리 지원 ▲의료공공성 확보 및 환자 중심 의료서비스 제공 ▲미래세대 투자를 통한 저출산 극복 등 6가지다.
문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 이행 과제는 크게 공공의료 및 보장성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선에 방점이 찍혀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이른바 치매 국가책임제를 실천하면서 올해부터 전국 252개 치매안심센터, 치매 안심병원 확충을 추진한다. 내년부터 중증치매 환자 본인부담률을 인하하고, 고비용 진단검사 건강보험 급여화, 장기요양 치매수급자 본인부담 경감 확대 등도 이행할 계획이다.
기존 선택진료 폐지, 상급병실 단계적 급여화,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 등 3대 비급여 부담 지속적으로 경감한다는 방침이다.
특정항목과 질병에 대한 급여가 확대되면서 비급여가 증대되는 풍선효과는 예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되는 선별급여 항목을 확대하고, 진료비 지불체계로 일부 기관에서 시범사업 중인 신포괄수가제 적용을 늘려 잡겠다는 복안이다.
건강보험 가입자의 소득 수준을 고려해 본인부담상한액을 설정함으로써 저소득층 의료비 부담을 완화한다. 올해부터 15세 이하 아동 입원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로 인하하고, 민간실손보험 관리 강화로 건강보험 재정건전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40대 이상 진단 바우처 도입 등 건강검진 사후관리를 강화하고, 초·중·고생 독감 예방접종 국가 지원을 확대한다. 저출산 극복을 위해 2017년부터 난임시술비 등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출산지원금 도입방안을 검토한다.
정신건강 관련 서비스 전달체계 개편 및 전문인력 충원과 근무조건 개선,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를 확산해 정신건강 증진체계를 강화한다.
지난 박근혜 정부에서 지난한 논의만 있었을 뿐 진전 없던 건강보험료 부과체계도 손질한다. 지역가입자의 평가소득을 폐지하고 보수 외 고소득 직장인 보험료 부담을 강화한다. 무임승차 문제를 일으키는 피부양자제도 역시 단계적 축소할 방침이다.
이들 보장성 강화 정책을 통해 건강수명을 현재 73세에서 2022년 75세까지, 정신건강서비스 이용률을 15%에서 20%까지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또 건강보험 보장률 70% 달성(2015년 63.4%)한다는 목표다.
의료공공성 확보를 위해 지역사회 기반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할 의료전달체계 개선 계획들도 담겼다.
우선 2020년까지 1차의료기관과 대형병원의 역할 정립을 유도할 수 있는 건강보험 수가구조 개편방안을 마련한다. 예컨대 동네의원은 만성질환 관리를, 대형병원은 중증질환 및 입원진료를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것.
아울러 의료전달체계 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시범사업 중인 의료기관 간 환자 의뢰-회송 사업을 2019년부터 본사업으로 전환하고, 효과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환자진료 정보를 교류할 수 있는 진료권역별 시스템을 구축해 국가적 진료정보 교류 인프라를 연계할 방침이다.
2020년까지 의료취약지에 300병상 이상 거점 종합병원 확충으로 취약지 의료수준을 제고한다. 그간 전 정부에서 의료취약지 정책이 원격의료에 방점이 찍혀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의과대학 신설을 통해 의료 인력을 확충하려 했던 박근혜 정부 기조에서 나아가 1977년 공공의사 인력 양성을 위해 시행됐지만 사문화된 공중보건장학제도를 손질, 2019년부터 시범사업을 실시할 방침이다.
아울러 2022년까지 고위험 감염병 및 원인미상 질환 대응을 위한 시설·장비·인력을 갖춘 중앙ㆍ권역별 감염병 전문병원을 설치한다.
일자리 창출 정책과 맞물려 방문건강관리를 수행하는 간호직 공무원 등을 2021년까지 확충하고, 0세아와 노인가구를 대상으로 보편적 방문건강관리서비스를 제공한다. 간호·간병통합서비스 확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간호인력 확충 노력 역시 병행할 방침이다.
◆문제는 정교한 정책 설계, 그리고 실행 가능성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의료정책 실행계획은 새로운 내용이 담겼다기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째 논의돼온 정책들이 대부분이다.
의료 정책 특성상 의료계와 병원계, 약계, 한의계, 간호계 등 직능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섥혀 추진력이나 결단력, 정책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풀어가기 쉽지 않아왔기 때문.
간호간병통합서비스의 전제가 되는 간호인력 확충에서만 놓고 보더라도 의료계 안팎 모두 개선 필요성에 이견이 없지만 정책 설계 방식에 따라 대한병원협회와 대한간호협회, 넓게는 대한간호조무사협회까지 첨예하게 대립한다. 의료전달체계 개선 역시 의료계와 상대적으로 정책에서 소외된 병원계의 이해관계가 달리 나타나는 문제다.
정부의 비급여 부담완화 정책 자체도 의료계와 병원계가 알러지 반응을 보이는데다가, 정부가 비급여 축소 정책으로 인한 부작용을 잡겠다며 추진하려는 신포괄수가제는 대한의사협회 등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어 풀기 쉽지 않다.
공공의료와 의료전달체계 개선, 보장성 강화를 달성하기 위한 보기 좋은 정책들이 나열됐지만 촘촘한 세부 이행계획과 실행력이 관건이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같은 사안을 놓고도 직능별로 이해관계가 달라지는 의료정책은 특히 정교한 이행계획이 중요하다"면서 "핵심 계획들을 보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이를 제대로 이해했는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어 "논의할 시간이 이전에 비해 짧고 인력도 부족했다는 한계가 있었겠지만 대선 공약으로 보건의료 정책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면 세부 과제를 통해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정책을 구체화시켰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주무부처 장관마저 보건보다는 복지 분야에 특화된 후보자가 지명된 점에서도 우려가 나온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정책은 적당히 한쪽을 막으면 한쪽에서 터지고마는 정책들이 많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는 전문성이 요구될 뿐 아니라 여러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정치력도 필요하다"면서 "직능 단체들을 자주 만나 협의하는 소통 행보가 요구된다. 의료계와 정부 간 정책논의가 이뤄지는 의-정협의체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는데 당시 혼란스러운 정치적 분위기는 사실상 핑계였을 뿐 의지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의료계 관계자는 "국정과제 100가지 중 보건복지부 관할은 복지 분야를 포함해 6가지에 불과하다. 당초 대선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의료정책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을 강조했던 데 비해 힘이 빠진 느낌은 있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 내걸은 과제를 추진 동력이 줄어드는데, 보건복지부 장관 인선 등 여러모로 처음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자문위원회에 참여한 여당 관계자는 "5년전, 10년전에도 나왔지만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그만큼 중요한 문제들이 담긴 것"이라면서 "이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은 이미 마련돼 있다. 향후 꾸준한 추진을 통해 유의미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책별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만큼 밀어붙이기식보다는 적극적인 협의 절차를 통해 조정될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