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관계자 등이 정규직 전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관계자 등이 정규직 전환를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출범 4개월, 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취임 2개월만에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 등 생애주기별 전체 교육기관이 새 정책 등으로 인해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데, '하루살이' 근시안적 방향을 내놓으면서 교육 현장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교육정책 등을 설정하는 국가교육회의 구성을 놓고도 잡음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교육개혁'을 이유로 정부의 지나친 간섭 등이 교육 황폐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올 정도다.

    19일 교육계에 따르면 한국유치원총연합회는 앞서 이달 18일과 25~29일 사립유치원 집단휴업을 진행한다고 예고한 뒤 교육부와 합의로 입장을 철회했지만 이어 번복했고, 또다시 휴업 철회를 반복하면서 학부모들의 불안감이 높아졌다.

    한 학부모는 "동의하지 않은 파업이었다. 유치원 교사 임금 인상, 복지 확충 등이라면 동의했을 텐데 이익을 위한 부분으로 밖에 볼 수 없었다. 아이들을 볼모로 말이 안 되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지난 8일 한유총은 국공립유치원 확대 등에 대한 집단휴업을 예고했고 교육부는 일주일 뒤 간담회를 실시, 연합회는 기존 계획을 철회됐다. 하지만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다음날 새벽께 한유총은 합의 파기를 이유로 입장을 번복했고 이에 교육부는 유치원 폐쇄·감사·지원금 회수 등 엄포를 놓았다.

    또다시 입장을 바꾼 한유총은 한 발 물러섰지만 재차 휴업 가능성은 남겨진 상태다. 이와 관련해 유성엽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은 유치원 파업 사태와 관련해 교육부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휴업 철회는 정부 강경대응 등에 인한 것"이라며 "교육부가 파업 예고 3일 전에서야 협상에 나선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고 지적했다.

    아이를 볼모로 휴업을 강행하려는 사립유치원의 행태도 문제지만, 교육부가 뒤늦게 대화에 나선 것도 불안감을 높이는 요소로 작용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유치원 사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비정규직 제로(0) 선언'은 기간제 교사 등 비정규 교원에 대해 '희망고문'을 벌인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지난 11일 교육부는 내놓은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 방안'은 유치원 돌봄교실 강사·유치원 방과후과정 강사 등 1034명(무기계약직 전환) 외에 기간제 교사, 영어회화전문강사, 다문화언어강사, 산학겸임교사, 교과실제강사, 초등스포츠강사 등 4만여명의 정규직·무기계약직 전환을 불허했다.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방침을 내세우긴 했지만 공정성 논란이 예고된 상황에서  졸속 행정을 벌였다는 비난이 이어질 정도로 새 정부는 변죽만 올리는 행태를 보였다.

    내년도 공립 초등교사 선발을 놓고 교원 수급 정책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교육부는 뒤늦게서야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학령인구 감소, 임용대기자 등으로 인해 신규 교원 선발 규모가 전년도(5549명)보다 40%(2228명) 줄어들었고 이에 대한 질타가 이어지자 각 시·도교육청은 뒤늦게 증원에 나섰지만 767명 늘리는 데 그쳤다.

    장기적으로 교원 수급 정책에 나서야 하지만 이미 '임용절벽'이 심화된 것에 교육부는 범정부 태스크포스(TF) 구성, 도시-농촌 교원 불균형 해소, 수급 예측 가능성 제고 등을 제시했지만 이제서야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대입을 앞둔 학생들을 상대로 교육부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혼란만 가중됐다..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놓고 절대평가 일부 과목 적용 또는 전체 도입 시안을 제시했던 교육부는 1년 유예를 결정하면서 혼선을 일으 현재 중학교 2·3학년에게 부담감을 안겨줬다.

    변별력 논란 등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지난달 10일 수능 개편 시안을 내놓고 3주간 의견수렴 등을 진행했지만 문재인 대통령, 김상곤 부총리가 강조한 절대평가 자체에 대한 찬반양론이 불거지면서 현 중3이 치르는 수능은 기존 체제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중3은 새 교육과정으로 기존 수능 형태로 시험을 치러야 하고 , 중2는 새로운 대입 관문을 넘어야 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회사원 A씨(46)는 "아이가 중2인데 어떻게 대비해야할 지 고민이 크다. 배운대로 시험을 치르더라도 새로운 수능에 대한 부담감이 클 거 같다"고 말했다.

    한 학부모는 "중3 자녀를 둔 상황에서 새 교육과정 체제에서의 현 수능은 결국 사교육을 받으라는 의미로 밖에 안 보인다. 교육부가 정말 학생을 위한 정책을 펼치지 의문이다"고 꼬집었다.

    내년 고교 현장에서는 교육부 탁상행정에 따라 앞으로 3년간 수업과 수능과 다른 과정을 운영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유치원, 초·중·고교에 이어 대학은 대입전형료 인하 압박에 혼란이 가중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전형료 인하를 지시하자 교육부는 '자발적 동참'이라고 강조했지만 실제는 재정지원 연계 등으로 압박, 결국 대학들은 예산을 줄이면서 단가 낮추기에 나섰다.

    수험생, 학부모의 부담을 경감을 위한 부분이라고 하지만 2018학년도 수시모집을 2개월가량 앞두고 벌어진 전형료 인하 지시에 혼란만 일으켰다.

    B대학 관계자는 "기간을 주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어야 하는데 당장 하라는 부분이 대학가 분위기가 심각했다. 입학금이 폐지된다면 재정 지원 등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어떻게 대학이 변화될지 현 정부에 움직임을 바라보는 상황이다"고 토로했다.

    내년 상반기 시행되는 2주기 대학구조개혁 평가를 앞두고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등은 중단을 촉구, 대교협에서는 '대학기관평가인증'을 통한 자율적 관리 체계를 호소한 바 있다.

    입학금을 2021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한다는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이 나오면서 대학별로 향후 대처 방안 마련에 분주한 상황에서 교육부가 어떠한 채찍을 가할지, 강제 구조조정을 앞둔 학교들의 불안감은 커진 모습이다.

    유치원, 초·중·고교, 대학까지 이어지는 현 정부의 급조 정책, 땜질 처방 등이 이어지면서 한국 교육의 미래가 암울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박주희 바른사회시민회의 사회실장은 "교육정책을 한꺼번에 바꾸는 것은, 교육현장의 불안감을 조성할 수 있기에 신중해야 한다. 지금 정부는 '교육혁신'을 키워드로 급격하게 변화를 보리여 한다. 사학을 무력화 시켜 공공으로 전환해 국가 통제 아래 교육을 묶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부분은 우려스럽다. 중·고교 교육 과정은 대입을 앞두고 있서 급격한 변화는 학생들이 자칫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정부는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의견수렴 없이, 현장의 세밀한 부분을 확인하지 않는 등 교육 부분에 있어 학부모 등의 반감은 심하다. 교육은 버튼 하나 눌러서 실행되지 않는다. 향후 몇 년 후 혼란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관계자는 "정부는 조급함이 없어야 한다. 어떠한 파장이 있을지, 문제가 없는 지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빨리 진행하려는 모습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교총은 "국가교육회의에서 교육단체는 빠져 있는데 각계 의견 수렴에 있어 각 분야를 대표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교육 정책은 치밀하게 계획하고, 현실 접목 가능성 등을 파악하는 등 정부가 백년대계를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