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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왕좌의 게임’ 승자는 KB금융지주 품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영광을 누릴 수 있을지는 두고 볼 문제다.
◆왕좌 되찾은 KB금융, 은행-증권 협업 빛났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KB금융지주는 2017년 당기순이익으로 총 3조3440억원을 거두며 7년만에 ‘리딩뱅크’ 자리를 되찾는데 성공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 및 카드사의 대규모 희망퇴직 비용(2852억원)이 발생해 아쉽게 차석 자리에 만족해야 했다.
두 회사의 실적 경쟁은 상반기부터 치열했다.
2017년 상반기까지만 해도 KB금융과 신한금융의 실적 차이는 단 300억원에 불과했다. 하반기 일회성 요인 발생만으로도 순위는 쉽게 뒤집어 질 것이란 예상이 높았다.
두 회사의 주가 역시 주식시장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모습을 보이며 경쟁 구도를 달렸다. 하지만 현재는 KB금융지주가 신한금융지주와 격차를 벌리며 앞서가고 있다.
KB금융지주의 승리 요인은 역시 비은행부문 3대장으로 꼽히는 증권, 손보, 카드사의 역할이 컸다.
실적도 실적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시너지 영업이 빛났다는 평가다.
실제 국민은행과 KB증권은 소개 영업을 통해 지난해에만 4조7000억원의 자산을 늘리는데 성공했다. 고객도 2만3000명의 고객을 유치하며 우량 자산을 더 늘렸다.
아울러 중견,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회사채 발행, M&A, IPO, 인프라금융 등 협업은 비이자이익을 높이는 데 주효했다.
두 회사의 협업 건수는 2016년 387건에서 약 2배인 661건으로 늘었다. 이에 따라 거둔 수익도 663억원에서 1728억원으로 161%나 성장했다.
◆‘최고’보다 ‘최선’ 선택한 신한금융 반전 노린다
신한금융지주는 올해 승부수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으로 인력효율성을 선택한 만큼 올해는 보다 전략사업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실제 업계 안팎에선 신한금융지주의 다음 행보에 더 기대하는 눈치다.
현대차증권 김지상 애널리스트는 “신한금융지주는 4분기 대규모 희망퇴직비용과 경영성과급 초과지급으로 일회성 요인이 컸다. 하지만 연간 CIR(Cost-to-Income Ratio, 비용수익비율) 비율은 전년대비 1% 포인트 감소해 그동안 비용효율화 성과가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에선 한 발 물러섰지만 해외에선 2보 전진을 준비 중이다.
이미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베트남 현지에서 ANZ 뱅크의 리테일 부문을 인수한 바 있으며 올해 역시 베트남 푸르덴셜소비자금융까지 인수해 세력을 확장 중이다.
이와 함께 중국 푸싱그룹과도 전략적, 포괄적 업무제휴를 체결하며 든든한 지원군까지 얻었다.
장동기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실적 발표 후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는 2020프로젝트를 설계하는 시기였고 올해는 설계에 따라 각종 인프라, 체제를 정비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숫자적인 신장은 글로벌 부문에서 기대하고 있다. 첫 번째가 베트남에서의 비은행영업 역량을 강화하고 인도네이사 역시 은행 통합작업을 완료해 본격적인 영업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국내에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그룹 ROE를 더 높일 수 있는 업종 또는 기업을 대상으로 M&A 또는 지분투자에 나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지주가 국내에서 리딩뱅크 명성을 차지했지만 아직 해외에서의 입지는 신한보다 낮은 게 사실이다. 결국 신한금융은 승부수로 국내보다 해외에서 결판을 짓겠다는 계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