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업은행의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개시될 예정이다.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기 위해 실사 합의서에 구속력이 있는 자료요청 권한을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25일 정부 당국과 산은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 주 후반부터 한국GM의 현 상황을 정밀진단할 실사가 시작된다.
배리 엥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21일과 22일 정부와 산업은행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산은의 재무 실사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바 있다. GM은 실사에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을 약속하면서 실사가 최대한 빨리 완료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와 산은은 GM의 입장을 반영해 통상 2~3개월이 소요되는 실사 기간을 1~2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실사 기간을 단축할 경우 이르면 3월말, 늦어도 4월 중에는 정부와 산은이 한국GM에 대한 실사 결과를 확보하게 된다. 실사를 맡은 삼일회계법인은 이미 기초 작업에 착수한 상태다.
정부는 실사 결과를 통해 한국GM의 실태를 판단한 뒤 GM 본사의 경영정상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지원 여부·규모를 결정할 방침이다.
정부는 ▲ 대주주의 책임 있는 역할 ▲ 주주와 채권자, 노동조합을 포함한 모든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 등 3대 원칙이 충족될 경우에 한 해 지원에 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부와 산은은 실사 합의서 작성 시 GM이 이번 실사를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최대한 충실하게 받겠다는 내용의 문구를 담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번 실사를 최대한 투명하고 엄격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다.
산은이 요청하는 자료를 GM 측이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한국GM에 대한 지원 협상이 결렬될 경우 GM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명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한국GM의 2대 주주인 산은의 한국GM의 경영상황 자료를 요청했을 때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제출을 거부해 온 GM에 대한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견제장치를 마련하려는 것이다.
산은은 이번 실사에서 한국GM의 분기 실적, 손실 분석 등 재무실적을 집중적으로 점검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한국GM의 고금리 대출과 납품가격, 과도한 연구·개발(R&D) 비용 등에 대한 논란을 검증할 예정이다.
이번 실사는 정부와 GM이 한국GM 정상화 문제를 두고 잠시 휴지기를 갖는 시간이기도 하다. 한국GM은 지난 23일 이사회에서 실사가 끝날 때까지 이달 말 만기가 도래하는 대출금 7000억원을 회수하지 않고, 부평 공장에 대한 담보 요구도 하지 않기로 했다.
협상 관계자는 "고금리 대출이나 납품가격, R&D 등 문제는 한국GM의 부실화 원인을 규명하는 주요 절차 중 하나가 될 것"이라며 "한국GM이 구조적으로 부실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면 이에 대한 해결방안을 먼저 찾고 신규 지원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