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반도체·AI데이터센터에 '원전 20기' 24.7GW 필요재생에너지로는 한계…"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반영"기후장관 "영광과 울주에 2기씩 원전 4기 지을 땅 있다"공업 용수 확보도 관건…'4대강 재자연화' 폐기되나
  • ▲ 전남 영광군 한빛 1~6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전성무 기자
    ▲ 전남 영광군 한빛 1~6호기 전경.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전성무 기자
    문재인 정부 이후 들어선 민주당 정권에서는 원자력 발전과 댐 건설을 악마화했다. 그런데 800조원을 투입해 서남권(호남)에 반도체 팹 4기를 건설하고 전국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하는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이런 기조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시대착오적인 정책을 계속 밀고 나가다간 국가 100년 대계를 망칠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재명 정부와 여권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원전에 부정적이었던 주무부처 장관은 "신규 원전이 필요하다"는 쪽으로 기울었고, 민주당에서도 "반도체 용수 확보를 위해 댐 건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신규 원전이 몇 기가 반영이 될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가 추진한 '4대강 재자연화'도 전면 폐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3일 정부와 에너지 업계 등에 따르면,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이번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계기로 12차 전기본 내용을 전면 수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년 마다 수립되는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의 전력 수요와 이에 따른 발전설비 등을 예측해 전력시장 방향을 결정하는 국가정책계획이다.

    기후부는 이르면 올해 9~10월쯤 12차 전기본을 발표할 예정인데,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와 전국 AI 데이터센터 구축 등에 필요한 전력 수요를 맞추기 위해선 신규 원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방법 외엔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기존 부지 내에 최대 4기의 원전 건설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3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호남 반도체 공장을 위해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새로운 원전 부지를 찾지 않아도 현재 원전 부지 안에 원전을 더 지을 수도 있다"며 "전남 영광 한빛원자력본부와 울산 울주 새울원자력본부에 각각 2기씩 더 지을 땅이 있다고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역시 지난달 30일 신규 원전 건설을 검토 중이냐는 질문에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그런 내용이 들어갈 것으로 생각하시면 된다"고 답했다. 

    김 장관은 과거 노원구청장 시절부터 여권 내 대표적인 탈원전론자였다. 지난해 기후부 장관 취임 이후에도 11차 전기본에서 이미 확정된 신규 대형 원전 2기와 소형모듈원전(SMR) 1기의 건설을 두고 여론조사에 맡기며 백지화를 시도하기도 했다. 결국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원전 찬성'으로 결론나면서 없던 일이 됐다.

    이런 김 장관이 신규 원전 추가 건설이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은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폭증하는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현실을 직시한 것으로 보인다. 
  • ▲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 전남 화순군 이서면 동복댐에 비가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남권 반도체 산업단지와 전국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추가 추가 전력은 약 24.7GW 규모다. 호남 반도체 산업단지에 약 6.3GW, AI 데이터센터에 약 18.4GW가 각각 필요할 것으로 정부는 예측하고 있다. 이는 1.4GW 짜리 대형 원전 20기에 해당하는 전력량이다.

    호남권은 넘쳐나는 재생에너지로 전력 자립도가 200%를 넘어선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낮과 밤의 일조량, 바람의 유무 등으로 발전량이 들쑥날쑥하기 때문에 24시간 안정적인 전원을 공급해야 하는 반도체 공장에는 적합하지 않다.

    전남 영광에 한빛 1~6호기가 있지만 이미 설계수명 문제로 차례로 운영이 중단되고 있다. 1호기는 지난해 12월 멈춰섰고, 2호기도 올해 9월 운행이 중단된다. 3~6호기 역시 2034년 9월부터 2042년 7월까지 차례로 멈춰선다. 이에 따라 가장 먼저 한빛 1~6호기의 설계수명 연장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12차 전기본에도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공격적으로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 업계는 12차 전기본에 반영할 수 있는 원전을 대형 2기, SMR 1기 정도로 보고 있다. 또 서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하기 위해선 2035년까지 원전 20기를 건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수력원자력 관계자는 "공급 능력만 놓고 보면 과거 국내에서 최대 9~10기의 원전을 동시에 건설한 경험이 있다"며 "시공 자체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결국 국가 역량을 총동원해야 서남권 반도체 산단과 AI 데이터센터를 가동할 수 있는 것이다.

    반도체 공장에 공급할 공업 용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도 본격화되고 있다. 반도체 제조의 핵심 중 하나가 초순수의 안정적인 공급이다. 이에 따라 보 개방·해체로 하천 자연성을 회복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4대강 재자연화' 정책도 재검토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거대 야당이던 2024년 윤석열 정부가 국가전략산업 용수 공급을 위해 추진한 ‘기후대응댐’ 추진을 막아섰었다. 이에 전국 14개 댐 중 전남 화순 동복천댐(사평댐), 순천 옥천댐 등 7곳의 건설이 중단됐다. 그러나 이제는 댐 건설 없이는 용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인식이 민주당 내부에서 커지고 있다고 한다. 

    산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국가 미래를 결정할 반도체 공장 신설,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성공하려면 이념적인 탈원전, 댐 반대 같은 이념 논리에서 탈피해 실용적인 노선으로 완전히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