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8억 달러 투자 GM의 진정성-산은 신규 투자금 담보 확보 관건

  • ▲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생존을 두고 GM본사와 협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 GM
    ▲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생존을 두고 GM본사와 협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 GM


우리 정부가 한국GM의 생존을 두고 GM본사와 협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베리 앵글 GM본사 해외부문 사장이 국회를 시작으로 산업은행, 정부 인사들을 두루 만나면서 양측의 요구사항이 세밀하게 들어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투자없이는 한국을 떠나겠다는 GM과 한국GM의 부실 원인을 살피고 지속가능 기업으로 자리할 지 따져보겠다는 우리 정부 간의 팽팽한 전쟁의 막이 올랐다. 


◇ GM '올드머니' 내놓고, 정부에 '뉴머니' 요구 

정부는 지난 22일 한국GM 정상화를 위한 '3대 원칙'을 내놨다. △대주주의 책임있는 역할 △주주·채권자·노조 등 이해관계자의 고통분담 △지속가능한 경영정상화 방안이다. 정부는 "GM도 위 원칙에 수긍했다"고 밝혔다.   

GM은 우리 정부에 △신규 자금지원 △출자 참여 △외국인투자지역 지정 등을 요구하고 있다. GM은 한국GM에 빌려준 3조원을 출자전환할 테니 산업은행도 보유지분(17%) 만큼 투자에 증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경우, 산은이 6500억원의 혈세를 들여야 한다. 

동시에 GM본사가 10년간 28억달러를 투자하는 동안 산업은행 역시 지분만큼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또 한국GM공장이 위치한 부평·창원 일대를 외국인 투자지역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GM이 우리정부에 내민 청구서는 1조6천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표면적으로는 산업은행의 한국GM에 대한 경영실사 결과를 본 뒤 지원을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GM이 기존에 한국GM에 투입한 차입금을 출자전환하겠다는 계획에 대해 올드머니(Old money·기 투자금)로 보고 뉴머니(New money·신규 투자금) 투입을 요구하고 있다. 

  • ▲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 ⓒ 뉴데일리
    ▲ 한국GM 2대 주주인 산업은행 ⓒ 뉴데일리


  • 정부는 GM본사의 출자전환을 포함한 한국GM의 증자 과정에서 산업은행 자금이 투입되는 데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GM의 부실을 털기 위해 GM의 올드머니를 뉴머니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산업은행을 통한 혈세를 투입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지금껏 산업은행이 기업구조조정에 정책자금을 넣을 때 기업오너의 사재출연 등이 선제돼왔다는 점에서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 GM사태 석달 내 결론날 듯…견제장치 마련에 '촉각' 

    GM은 설 직전 한국GM 군산공장 폐쇄를 선언, 국내시장 철수 가능성까지 띄우며 우리 정부를 압박했다. 우리 정부가 한국GM에 대한 실사를 요구하면서 일단 시간은 번 셈이다. 

    정부는 한국GM에 대한 실사가 진행되는 동안 세부 대응책 등을 마련할 전망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통상적인 속도보다 실사를 빨리 할 것"이라 말했다.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GM 사태에 뛰어들면서 사태 해결을 위한 방정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문재인 정부 입장에서는 가급적 선거 전에 사태를 매듭지어야 집권 후 첫 선거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남은 시간은 석달 남짓이다. 그 사이 GM본사에서 군산공장 폐쇄와 같은 압박을 또 제시할 경우, 고민할 시간은 더 줄어든다. 

  • ▲ 베리 앵글 GM본사 해외부문 사장이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 뉴시스
    ▲ 베리 앵글 GM본사 해외부문 사장이 국회를 찾아 여야 의원들과 만나고 있다. ⓒ 뉴시스


  • 정부는 GM이 국내 시장에 머무를 의지가 있는지 판단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GM은 호주 정부의 지원금이 끊기자 호주시장에서 철수를 결정했다. 

    GM이 밝힌대로 10년 간의 투자가 끝난 뒤에도 일자리를 볼모로 대규모 투자 압박을 하지 않도록 충분한 견제장치가 필수적인 셈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먹튀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2대주주인 산업은행이 투자를 단행할 때 단서를 붙이는 게 현실적인 방법"이라며 "과거에 쥐고 있던 비토권을 부활시키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