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3월 맹탕 조사… 실사단 상주 거부-자료제출 지연
신규투자 조건부 허용…출자전환 '거부'

  • ▲ 베리 앵글 GM 사장이 국회를 찾아 의원들과 한국GM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뉴시스
    ▲ 베리 앵글 GM 사장이 국회를 찾아 의원들과 한국GM 사태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 뉴시스


산업은행과 GM이 한국GM에 대한 실사에 합의하면서 부실 의혹으로 지목된 GM 본사의 고금리 대출, 업무지원금 등이 낱낱이 공개될지 주목된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실사 이후, GM이 요청한 신규 투자에 관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산업은행은 지금껏 한국GM 2대 주주였으나 이사회 참석만 했을 뿐 회사 재무상황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지 못했다. 

하지만 실사 과정에서 GM이 방어적으로 나설 때는 빈손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에도 삼일회계법인으로 실사단을 꾸렸으나 GM이 실사단의 상주를 거부하고, 자료제출을 하지 않아 사실상 중단됐다. 


◇ 산은-GM, 실사는 합의…1조7천억 지원 요구 

21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방한 중인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실사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산은이 제시한 실사 조건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진 않았으나 한국GM의 매출원가율 산정, GM본사 차입금 고금리 등이 포함됐을 것이란 관측이 있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서 한국GM 지원을 위한 원칙과 전제 조건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앵글 사장은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 ▲ 21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방한 중인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실사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뉴데일리
    ▲ 21일 이동걸 산은 회장은 방한 중인 배리 앵글 GM 본사 해외사업부문 사장과 만나 실사를 진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 뉴데일리


  • GM이 우리나라에 요청한 지원금은 1조7천억원 규모다. 

    GM은 한국GM에 대출해준 27억달러를 출자전환할 때 산업은행이 보유 지분(17%)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동시에 28억달러 상당의 신규투자에도 투자를 적극 권하는 상황이다. 또 한국 GM에 빌려준 대출금 3조원 중 이달 만기가 도래하는 7천억원에 대해서도 부평 공장의 담보를 제공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외에 외국인 투자기업에 대한 인센티브 제공을 바라고 있다. 

    대신 GM측은 한국GM 부평공장에 스포츠유틸리티(SUV)신차를, 창원공장에는 크로스오버유틸리치(CUV) 신차를 각각 배정해 한국사업장에서 연간 50만대 생산량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 신규투자 조건부 허용…출자전환은 '거부' 

    정부와 산업은행은 한국GM에 대한 출자전환 참여 요청은 거부하기로 했다. 대신 28억달러 상당의 신규투자에는 조건부로 참여해 향후 유사 상황을 막을 견제장치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사실상 투자 결정은 실사 후에 진행한다는 뜻이다. 

    정부의 이러한 결정은 GM이 향후 우리정부의 지원을 받은 뒤 우리나라에서 자동차사업을 철수하는 '먹튀' 상황을 막을 확실한 계획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뜻에서다. 

    특히 신규 투자가 결정된다면 GM의 흑자전환 대책, 산업은행의 감사원 행사, 중장기 경영계획 등을 반드시 받아봐야 한다. 

    고형권 기획재정부 1차관은 22일 앵글 GM 사장과 만나 정부의 지원 원칙을 분명히 밝히고 실사가 끝나는대로 구체적인 회생방안에 논의하겠다는 뜻을 전달했다. 한국GM이 23일 이사회를 열고 부평공장을 담보 제공을 묻는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는 방안을 논의하는 점도 신뢰를 떨어뜨리는 대목이다. 

    한국GM의 부실 책임이 GM에 있는데 회생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혈세를 산은을 통해 쏟을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날 "한국GM에 어떤 지원이 있더라도 정확한 실사가 선행돼 그들의 경영정상화 의지와 구체적인 계획을 확인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국GM에 대한 실사는 내달초부터 두달 간 이뤄질 전망이다.

    지금껏 경영상 비밀이라는 이유로 산업은행에 공개하지 않았던 내부 거래 내용이 실사과정에서 드러날지는 미지수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GM은 글로벌기업으로 수많은 나라에 자회사를 두며 관리하고 있다"면서 "실사에 적당히 협조하는 척하면서 실제 핵심 자료는 꺼내지 않을 수 있다. 실사로 부실의 책임소재를 밝히는 일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