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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업계가 신(新)회계기준인 IFRS17 도입을 대비해 자본 확충을 서두르고 있지만 ABL생명에겐 그림의 떡이다.
ABL생명의 대주주인 중국 안방(安邦)보험의 오너리스크로 대주주 차원의 유상증자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ABL생명은 현재 신종자본증권 발행을 통한 자본 확충 계획이 없다.
ABL생명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 발행은 흑자회사에서 가능한 자본 확충 자구책으로 3년 이상 흑자를 낸 경우 좋은 조건으로 발행할 수 있다”며 “그러나 ABL생명은 지속적으로 적자라 이자비용 등이 비싸 현재로선 발행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에 대응하고 시장금리 상승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앞 다퉈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고 있지만 ABL생명은 이 조차도 힘든 상황인 것이다.
KDB생명 사례만 봐도 그렇다. 최근 KDB생명이 해외에서 2억 달러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의 금리는 7.14%나 된다. 이는 KDB생명의 자산운용 수익률(3.3%)보다 2배 이상 높다. 자본조달을 통해 건전성 지표를 높일 수 있지만 조달금리가 높아 이자부담이 커져 수익이 줄어드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ABL생명은 적자 지속에 악성 부채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라 이마저도 어렵다. 안방보험에 인수되기 전부터 지속적으로 적자상태였고 안방보험에 인수된 직후인 2016년 말에는 1705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당기순이익 26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으나 안심할 수준은 아니다.
총자산수익률(ROA)과 자기자본수익률(ROE)도 2016년 각각 -1.00%와 -45.27%에서 지난해 말 0.01%, 0.44%로 개선됐다. 그러나 지난해 말 생보사 평균 ROA(0.48%)와 ROE(5.61%)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다. 지급여력비율(RBC) 역시 2016년 210.82%에서 지난해 249.09%로 38.27%포인트 증가했지만, 지난해 생명보험사 평균인 267.6%에 못 미친다.
대주주인 안방보험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어렵다는 점도 골칫거리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추가로 3조 원을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최근까지 여러 차례 증자를 단행해왔다. 안방보험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이후 각각 5000억 원, 3000억 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중국 금융당국이 위탁경영을 맡게 되면서 대주주의 지원을 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계열사인 동양생명이 지난 달 최대 5억 달러(5419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 계획을 발표한 것도 안방보험이 더 이상 국내 보험사에 투자하지 않을 것을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되고 있다.
안방보험으로 편입된 이후 저축성보험의 외형성장을 추구한 것도 IFRS17 도입시 ‘부실 덩어리’가 될 공산이 크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대주주 안방보험의 자본 투입이 어려워지면서 자체적인 내실 다지기가 필요하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며 ”자본 확충 셈법은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