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연말 대출 중단… '경영환경 급변으로 전략 수정 불가피' 해명금감원 고위 관계자 "우리은행 경영수치 나빠 대출 중단 안 할 수 없어"정기검사서 자본비율 악화 발견, 경영실태평가 결과 따라 보험 인수 차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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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은행이 연말 대출을 전면 중단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자발적 제동이 아닌 금융당국의 명령에 따른 초유의 대출 중단 사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당국 개입에 따른 대출 중단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우리은행 자본비율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발생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감독원 고위 관계자는 12일 "정기검사에서 경영지표를 점검해 보니 생각보다 훨씬 나쁜 것으로 나타나 대출 중단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재 우리은행을 광범위하게 들여다보고 있는 상태지만 언제 마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연말이나 연초쯤 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자발적 선택 아닌 금감원 명령에 대출 돌연 중단

    이번 대출 중단은 우리은행의 자발적인 조치가 아니라 금감원 명령에 의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 사태가 심각하다.

    금감원은 보험사 인수를 앞둔 우리은행의 RWA(위험가중자산) 등 CET1(보통주자본) 비율 관리가 미흡하다고 봤다. 기업대출을 축소해 자본적정성 지표인 CET1 비율을 높이기 위한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 측은 "대출 속도 조절 차원으로, 건전성 관리를 위해 사업 연도 말에 통상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이라며 사태 수습에 나섰다.

    조병규 우리은행장도 지난달 31일 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과했다. 조 행장은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의 급변으로 인해 전략 방향을 일부 수정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며 “현 상황을 사전에 예측하고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한 점 사과드린다”고 썼다.

    이어 “밸류업(기업가치 제고) 계획에 따른 시장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는 연말까지 은행의 자본 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환경 변화 대응과 밸류업 계획 완수를 위해 대출 자산 감축은 물론 임대업 등 특정 업종에 치우친 자산의 리밸런싱(재배치)와 연체율 관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우리은행이 올해 안에 당기순이익 1위를 달성하고 2027년까지 기업대출 시장 점유율 1위에 오르겠다는 공언은 물거품이 된 셈이다.

    내부 역시 사상 초유의 사태에 술렁이고 있다. 이례적으로 직원 KPI(성과평가지표)에 11~12월 대출 감축에 따른 가점까지 부여하자 직원들은 우량고객 이탈과 영업관리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우리은행 한 직원은 “금리경쟁력이 떨어지면서 우량고객마저 이탈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대출만 줄어드는 게 아니라 해당 기업 임직원들의 퇴직연금과 예금, 수‧출입 외환 등 부수 거래도 잃을 수밖에 없어 향후 은행에 미칠 타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고강도 정기검사에… 임종룡 최대 승부수 '보험 인수' 난항

    금감원은 우리은행 내부통제 및 경영지표 부실 등 문제가 계속 발견되자 정기검사 일정을 연장한 상태다. 당초 이달 중순까지였으나 월말까지로 기간을 늘린 것이다. 

    금감원은 지난달 초 우리금융 정기검사에 착수했다. 현장검사는 약 6주간 소요되지만 후속작업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때문에 우리금융은 당초 올해 안이나 늦어도 내년 초 보험사 인수를 완료하려 했던 계획의 차질이 불가피한 상태다. 지난 8월 동양생명과 ABL생명에 대한 인수 계약을 체결하고 대주주 변경 등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를 남겨둔 상태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감원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을 계기로 정기검사에 돌입하면서 M&A(인수·합병)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문제는 우리금융이 내년 8월 말까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지 못하면 계약파기는 물론 수천억 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8월 말 중국 다자보험과 체결한 인수계약에 따라 한 차례 계약연장을 포함해 총 12개월 안에 인수절차를 완료하는 조항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기한 안에 절차를 완료하지 못해 다자보험이 계약파기를 희망할 경우 우리금융은 인수가격(1조5493억원)의 약 10%에 해당하는 1550억원 규모의 계약금을 날릴 수 있다. 

    게다가 정기검사 최종 결과 및 관련 판단이 계약만료 기간인 내년 8월 말까지 나오지 않을 수도 있고, 만약 정기검사에서 경영실태평가가 3등급 이하로 나오면 규정 상 자회사 편입승인 심사 통과가 불가하다.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CET1 비율은 12%로 금융지주사 중 가장 낮다. KB금융(13.85%) 신한금융(13.13%) 하나금융(13.17%)보다 1%포인트 이상 차이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대출 중단이 밸류업 계획 완수와 보험사 인수를 위한 자본비율 관리 등을 위해서라지만 본질은 경영진의 잘못된 예측과 경영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은행과 거래 중인 기업들과 금융소비자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