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점마다 직무마다 직원들 온도 차 극명"야근 불가피한 예외 직무 보완 대책 필요"
  • ▲ 은행 영업점 모습. ⓒ뉴데일리DB
    ▲ 은행 영업점 모습. ⓒ뉴데일리DB
    본지는 근로시간 단축 시행을 한달 앞두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겪게 될 삶과 근무환경의 변화를 미리 살펴본다. 소득 감소와 고용 불안 등 부정적 영향도 예상되고 있지만, 워라밸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는 곳도 있다. 주52시간 시행이 가져올 분야별 변화를 기획 시리즈로 짚어본다. <편집자주> 

    OO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A은행원은 몇 년 전부터 도입된 유연근무제와 PC오프제로 퇴근 후 여유로운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으로 일과 삶의 균형감은 물론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게 출퇴근할 수 있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고 A은행원은 귀띔했다.

    A은행원은 "사람들은 보통 오후 4시에 은행 문을 닫으면 직원들도 퇴근하는 줄 알지만, 몇 년 전까지만 해도 9~10시까지 야근하는 날이 많았다"며 "밤늦게 퇴근하고 집에 가면 잠자기 바쁘고, 자기계발은 남의 이야기처럼 들렸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직원들의 일과 삶의 균형을 위해 은행들이 시스템을 손질하는 와중에 정부 주도의 주 52시간까지 확대되면서 일명 야근지옥, 초과근무 끝판왕 등의 별명이 붙었던 은행권에도 변화가 찾아온 것이다. 

    은행 영업점은 오전 9시에 오픈해 오후 4시에 셔터를 내리면 직원들의 2차 업무가 시작된다. 1차 업무가 고객서비스라면 2차 업무는 대출 서류 정리, 당일 거래 마감, 일일 정산, 시제 맞추기 등의 고된 작업이다.

    A은행원은 주 52시간과 함께 퇴근 시간이 되면 자동으로 PC가 꺼지고 초과근무 시 시간외근무를 신청해야 해 업무 집중도는 더욱 높아졌다고 말한다. 물론 영업점마다 업무 강도가 다르기 때문에 차이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은행원의 말처럼 모든 직원이 미소를 짓는 건 아니다.

    OO은행 영업점에서 근무 중인 B은행원은 "수신 업무의 경우 일찍 마감할 수 있지만, 대출 업무나 외환 업무는 어쩔 수 없이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며 "근무시간이 단축돼도 업무를 마무리하기 위해선 야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은행 본점에서 근무 중인 C은행원도 "자율출퇴근제 등 각종 프로그램이 시행되면 본점부터 적용하는데, 인사나 여신심사 등 특정 시기에 업무가 급격하게 늘어나는 부서는 해당 사항이 없는 편"이라며 "인사 업무의 경우 채용이나 정기인사 시즌에는 밤샘 작업이 비일비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영업점마다, 근무지마다 주 52시간 근로시간 단축에 대한 온도 차가 극명한 게 은행권 현실이다.

    본점 근무부서 중에도 야근이 많은 정보기술(IT) 직군이나 근무시간이 불규칙한 글로벌 및 외국인 담당 업무, 시즌마다 업무가 집중되는 인사·기획팀, 기업영업팀, 자금·예산관리팀, 여신심사팀 등은 초과근무가 어쩔 수 없는 만큼 예외 부서에 대한 보완 작업이 필요하다는 게 은행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공항, 공단, 주말 영업점 등 특수 점포도 마찬가지다.

    B은행원은 "주 52시간을 지키기 어려운 직무별로 시스템을 다르게 적용해야 직원들의 불만이 생기지 않을 것"이라며 무작정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줄이면 고객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직원 개인 PC로 업무 외 시간에 나머지 일을 처리하는 등 부작용만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C은행원도 "은행들이 몇 년 전부터 자율출퇴근제나 PC오프제 등을 시범 도입하면서 은행원들의 워라밸을 위해 적극적으로 앞장서고 있지만, 연장근무 수당을 제한할 뿐 현실적으로 근로시간을 줄이지 못했다는 불만도 많다"며 "은행들이 보여주기 식 도입이 아닌 현실적인 면에서 52시간 근로에 대한 점진적 확대 시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