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강환구 사장에 일자리 창출 언급… 업계 ‘탁상행정’ 일축현대重, 수년째 이어진 구조조정으로 신규채용 ‘요원’
  •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15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오른쪽)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15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갈길 바쁜 현대중공업을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창출’로 압박하고 있다. 일감부족에 따른 유휴인력 해소 문제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신규고용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한 것.

    강환구 현대중공업 사장과 이인호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지난 14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열린 ‘제15회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공식행사가 시작하기 30여분 전에 만나 조선업계의 현재 상황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눴다.

    이인호 차관은 강 사장에게 “언제쯤 조선업이 예전처럼 살아날 수 있겠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강 사장은 “질문을 받을 때마다 매번 내년 하반기면 회복할 것이라고 대답해 왔는데, 확답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어 “앞서 만난 백운규 장관은 조선업이 일자리 창출에 강점이 있는 산업이라고 말했다”며 “그러나 최근 계속된 어려움으로 일자리 창출이 더딘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고 토로했다.

    그럼에도 이 차관은 하루 빨리 조선업이 정상화돼 많은 일자리가 창출되기를 바란다고 부담을 줬다.

    결국 강 사장은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행사장으로 향했다. 수주절벽으로 몇 년새 많은 이들이 일자리를 잃은 상황에서 신규고용은 ‘언감생심’이기 때문이다.

    현대중공업은 최근까지 희망퇴직과 조기정년 신청을 받았다. 힘겹게 보릿고개를 넘고 있는데, 정부가 ‘일자리’라는 단어를 꺼낸 것 자체가 현대중공업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이로 인해 강 사장이 황급히 자리를 떠난 것으로 판단된다.

    현대중공업은 공장 가동이 중단된 해양사업본부에 대해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14일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상자는 해당 본부 소속 근속 5년차 이상 직원이다. 이 기간 희망퇴직을 신청한 인원은 노동조합에 따르면 100여명이다.

    노조는 해양사업본부의 희망퇴직에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수차례 전면·부분파업을 진행해왔다. 강 사장은 줄곧 노조에 ‘고통분담’을 호소해왔다. 해양본부의 유휴인력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현대중공업 전체가 어려움에 빠진다는 얘기다.

    그는 지난 7일 담화문을 통해 “해양본부 인력은 약 2400명이다. 연간 1920억원의 인건비가 발생한다”며 “3년간 신규수주가 없다면 인건비 손실액만 6000억원으로, 수치까지 언급하며 민낯을 드러낸 것은 우선 회사를 살리기 위해서다”고 강조했다.

    기존 인력도 대대적으로 감축하는 상황에 신규인력 채용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매년 진행됐던 공개채용은 사라졌고, 추천채용 방식으로만 신입사원을 뽑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정부가 고용정책에만 함몰돼, 산업현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현대중공업에 일자리 창출을 압박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드러난 수치만 보고 현장을 파악하는 ‘탁상행정’에 빠져 있다”며 “최근 글로벌 수주 1위 위치를 회복해 조선업이 회복세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하지만 조선소 등 현장은 여전히 먹구름이 가득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강환구 사장과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이 조선해양의 날 행사에 참여한 가운데 정성립 사장은 불참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열린 도산 안창호함 진수식에 참여, 이를 수행하기 위해 참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