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장관 동행 불구 NLL 이슈에 묻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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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남북정상회담 준비위원회(이하 준비위)는 지난 16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각계각층 인사 52명으로 구성된 특별수행원 명단을 공개했다. 경제계 인사는 3분의 1에 해당하는 17명이다.
명단에는 그동안 대표적인 남북 경협사업으로 거론됐던 철도, 전력분야에서 오영식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이 각각 포함됐다. 오 사장은 지난 6월 남북 고위급회담과 관련해 "지금은 남북 경협을 준비하는 초기 단계여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으나 앞으로 구체적인 협력이 가능해지면 철도·도로 등 사회간접자본(SOC)과 관련해 (코레일·한국도로공사 등) 주관 기관이 역할을 할 수 있게 참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었다.
미국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가 아직 살아 있어 구체적인 경협 논의는 시기상조다. 그런데도 경협사업 관련 기관이 이번 방북 대상에 포함됐다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시각이 많다. 특히 철도분야는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동아시아 철도공동체'를 제안해 관심이 크다. SOC 부문에선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공식수행원으로 참여해 힘이 실리는 분위기다.
관광분야도 마찬가지다.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안영배 한국관광공사 사장이 경제분야 수행원에 이름을 올렸다. 북한은 김정일·정은 부자가 백두산 등 관광자원 개발에 큰 관심을 두는 것으로 알려졌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개발의 경우 북한 지도부의 숙원사업으로 꼽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고향이 바로 원산이다. -
수산분야 경협에 대해 김임권 수협중앙회장은 예전 뉴데일리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외국과의 협력에서 가장 손쉬운 게 어업분야다. 어업협정만 맺으면 내일이라도 배를 몰고 갈 수 있다"며 "중국보다 입어료를 많이 주고 양식업 기술이나 냉동창고, 가공공장 등의 노하우도 가르칠 수 있다. 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하면 우리 수역의 어획강도도 낮아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실은 수협의 기대와는 다르다. 익명을 요구한 수산업계 관계자는 "이번 명단에 경제인 비중이 높은 것은 앞으로 경협사업을 대비해 경제 관련 의제를 비중 있게 다룰 거라는 뜻으로 풀이된다"며 "수산업은 큰돈 들이지 않고 구체적인 성과를 빨리 낼 수 있는 분야인데 (명단에) 관련 단체가 빠져 아쉽다"고 아쉬워했다. 철도와 비교하면 북한 철도가 현대화되고 남측과 연결돼 성과를 내려면 10년 이상이 걸리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게 일반적인 견해다.
정부 수행원 중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이 포함된 건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 정부에서도 수산·해운분야가 선도사업으로 논의됐으므로 이번 방북이 관련 분야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방안을 만드는 데 모멘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각에선 이번 회담에서 수산분야가 들러리에 그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준비위는 17일 이번 정상회담 3대 의제로 남북관계 개선·비핵화 북미대화 촉진·남북 군사적 긴장과 전쟁위협 종식을 제시했다. 남북관계 개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판문점선언이라고 했다. 4·27 판문점선언에서 남북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 평화수역을 만들고, 안전한 어로활동을 보장하는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했다. 평화수역 조성은 공동 파시(波市·바다 위 생선시장) 운영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남북 어민 간 협력사업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문제는 북측이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인정하지 않아 합의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점이다. 남북은 지난 13~14일 판문점에서 군사실무회담을 열고 평화수역 조성에 관해 논의했으나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담에서 어업분야 협력방안 논의가 NLL 관련 이슈에 묻힐 가능성이 제기되는 배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