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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경기 파주시 운정신도시에서 후분양 우선공급 택지를 처음으로 선보인다. 최근 남북관계 개선, GTX 개발호재 등으로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좋은 파주시에 공급되는 만큼 업계 관심이 높다. 다만 아직까지 후분양제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한 만큼 어느 건설사가 낙찰 받게 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3일 LH 모집공고를 보면 운정신도시 공동주택용지 A13블록 1필지를 후분양 조건 우선순위 방식으로 공급한다.
이 필지에는 용적률 190%를 적용해 최고 25층까지 건축이 가능하며 전용 60㎡ 이하 1014가구, 전용 60~85㎡ 764가구 등 총 1778가구가 들어선다. 택지가격은 1746억원이다.
이번 공급 용지는 지난 6월 국토교통부가 '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에서 밝힌 후분양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재도입 발표 이후 처음으로 분양하는 토지다.
정부는 2008년 도입 후 폐기됐던 후분양제를 재추진하기로 하고 주택 후분양제를 공공 부문에서 단계적으로 도입하되 자발적으로 시행되도록 유도하는 '투트랙' 전략을 수립했다.
국토부는 후분양으로 공급하는 민간업체에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수도권의 알짜 택지를 우선 공급하기로 했다. 올해는 △파주운정3 △화성동탄2 △평택고덕 △아산탕정 등 4곳의 택지지구에서 4개 필지를 대상으로 우선공급을 실시하기로 했으며 파주운정이 첫 대상이 됐다. LH는 이번 분양을 시작으로 후분양 공급 주택 비율을 단계적으로 높일 방침이다.
앞서 후분양 조건부 공공택지 우선 공급제도는 2008년 1월 도입됐으나, 연말 금융위기와 함께 건설경기가 고꾸라지면서 그 해 11월 폐지됐다. 그 사이 11개 업체가 후분양 조건으로 택지를 공급받았지만, 7개 업체는 결국 계약이 해지됐다. 나머지 4개 택지 역시 발코니 확장 제도 도입 문제로 공정률 10% 수준에서 입주자를 모집해 사실상 11개 택지에서 모두 '후분양 도입'은 실패로 끝났다.
10년 만에 정부의 첫 후분양 사업지가 입지하는 운정신도시는 일산에서 2㎞, 서울에서 20㎞ 남짓 떨어진 수도권 서북권의 거점 신도시다. 운정3지구와 교하지구를 포함하면 약 1866만㎡ 규모로, 일산신도시의 1.2배에 달하고 분당신도시와 맞먹는 규모인 약 25만명의 인구를 수용하게 된다.
교통여건은 제2자유로를 이용하면 서울 상암까지 20분 내에 이동할 수 있으며 GTX A노선이 개통하면 서울역까지 10분대, 삼성역까지 20분대에 이동이 가능해 더욱 개선될 예정이다. 수도권지하철 3호선과 SRT 연장 추진도 큰 호재다.
경제만랩이 국토부 미분양주택 현황 보고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6년 1월 3732가구였던 미분양 물량이 지난 8월 16가구로 99.5% 급감했다. 주택거래량은 크게 늘었다. 상반기 파주의 주택거래량은 1만1333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5335건보다 112% 증가했다.
운정신도시 택지 분양시장 역시 남북관계 개선 및 GTX 등으로 전망이 매우 밝다.
LH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일부 미매각 상태였던 주거전용 단독주택용지와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도시지원시설용지가 올 봄 완판됐고, 장기간 미매각 상태였던 주상복합용지도 매각됐다. 또 올해 공급한 운정3지구 공동주택용지도 높은 경쟁률로 매각된 바 있어 이번 용지 공급에 대한 건설업계의 관심이 뜨거울 전망이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최근 남북관계가 개선되면서 서울과 가까운 파주 일대가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연내 착공을 목표로 하는 GTX-A노선이 운정신도시를 기점으로 삼고 있어 투자가치가 높아지고 있다"며 "현재 수도권 신규택지가 부족한 만큼 건설사들 간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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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후분양제 자체에 대한 거부감은 여전하다.
일단 사업자가 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있어 민간 건설사의 동참이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공사대금 대부분을 분양자로부터 미리 받아 그 돈으로 공사비를 조달하는 선분양제와 달리 후분양제는 건설사가 주택을 완공할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을 받을 수 없어 건설사가 자금 마련에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사들의 부담이 크다.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대형건설사보다 이자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분양가에 반영되기 때문에 가격경쟁력이 저하되는 점도 우려되는 요소다.
중견 B사 관계자도 "사업 참여를 검토하고 있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후분양제에 대한 메리트가 크지 않다"며 "지금은 공공택지 공급이 줄어서 택지를 확보하는 장점이 있지만, 후분양제는 장기적인 자금계획에 따라 목돈이 묶이는 만큼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분양시장 한 관계자는 "중견사들이 현금 보유에 앞서는 대형사들에 비해 자금력이 떨어지는 만큼 사업 시행 단계에서부터 밀려날 것"이라며 "대형사들의 시장 독점 가속화로 소비자의 선택권이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정부가 최근 후분양제 활성화를 위해 시행하는 후분양 대출보증 실적도 조사한 것으로 조사됐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선분양보증 실적은 총 4313건·31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후분양보증 실적은 총 14건·553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 건설업계의 후분양을 유도하기 위해 참여정부 시절 도입된 후분양주택 자금대출 역시 총 57건으로, 대출액은 4650억원에 불과했다.
특히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후분양제 도입을 선언하고 올해 정부가 후분양제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지만, 올해 후분양 보증실적은 54억원에 불과했으며 후분양 주택자금대출 지원실적은 단 한 건도 없었다.
대형건설 C사 관계자는 "파주도 오랫동안 분양이 힘들었던 지역 중 하나였지만, 최근에는 개선되는 여지가 있다"면서도 "다만 구체적인 수지 분석을 해야 사업 참여를 판가름할 수 있다. 후분양제 자체보다는 입지에 어떤 상황이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건설경기 악화로 부담을 느낀 건설사들이 후분양제 사업 참여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정부의 SOC예산 감축, 국제유가 하락, 주택시장 규제 등의 영향으로 최근 건설경기 성장세가 주춤하다"며 "이에 따라 자금 여력이 없는 업체들은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