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부영주택·최양환 대표에 벌금 1000만원씩 원심확정오염땅 소식에 경매서 4차례 유찰…1조짜리 3000억 헐값매입 폐암·피부암 원인인 1급 발암물질 '비소' 검출…'기준치 8.1배'창원시 진해화학터·금천구 대한전선 공장땅도 부영이 사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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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그룹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번엔 오염토다. 인천 송도테마파크 사업지내 오염토를 장기간 방치한 혐의로 법원 유죄판결이 확정되면서 도덕성에 흡집이 났다. 논란이 불거진 곳은 송도뿐만이 아니다. 부영이 사들인 경남 창원시 진해화학터, 서울 금천구 종합병원 부지 등에서도 오염물질이 발견돼 관련사업이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토양환경보전법 위반혐의로 기소된 부영주택 법인과 최양환 대표이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각각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부영주택은 '2018년 12월24일부터 2020년 12월23일까지 인천 연수구 동춘동 송도테마파크 부지 38만6449㎡에서 나온 오염토양을 정화조치하라'는 연수구청 명령을 미이행한 혐의로 기소됐다.부영이 2015년부터 추진해온 송도테마파크 조성사업은 2017년 해당부지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납·비소·아연·불소 등 유해물질이 상당량 발견되면서 전격 중단됐다.이에 관할지자체인 연수구는 2018년 12월 부영 측에 부지내 오염토양을 2년내 정화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를 부영이 이행하지 않자 토양환경보전법 위반혐의로 고발했고 법원 유죄판결까지 이어진 것이다.부영 측은 재판에서 "테마파크사업 관련 환경영향평가 절차가 마무리된후 정화작업이 가능하다. 또한 부지에 멸종위기인 맹꽁이가 서식중이라 정화가 어렵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이번 판결을 두고 업계에선 자업자득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송도테마파크 부지 경우 부영이 매입하기전부터 '비위생 매립지역'으로 지목돼온 까닭이다.이곳은 1980년대 중후반 갯벌을 매립해 조성됐다. 이과정에서 당국 관리소홀로 생활·산업폐기물 수십만톤이 매립됐다.2014년 소유주였던 대우자동차판매(대우자판), 대우송도개발 등이 법정관리에 들어가자 해당부지는 당시 역대최고가인 1조481억원에 경매시장 매물로 나왔다.하지만 4차례 유찰을 거치며 몸값은 곤두박질쳤고 결국 소유권은 2015년말 3150억원을 배팅했던 부영으로 넘어갔다. 1조원을 웃돌았던 92만6000㎡ 규모 부지를 3분의 1 수준 헐값에 사들인 셈이다.정황상 부영은 매입당시부터 해당부지 오염리스크를 일정부분 예상했을 것으로 보인다.이전소유주인 대우자판이 2008년 테마파크 조성을 위해 인천시에 제출한 환경영향평가자료에 '부지내 폐기물매립'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해당자료엔 "본 사업지구 지반조사(시추조사) 결과 일부 매립층에서 심도 1.5m 생활폐기물 35만2833㎡가 분포하는 것이 발견돼 적절한 처리방법이 요구됨'이라고 적시돼 있다.경매로 나온 부지가 4차례나 유찰됐던 것도 폐기물매립과 무관치 않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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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진짜 문제는 폐기물이 아니다. 2018년 진행된 '테마파크 사업부지 토양정밀조사' 결과 기준치(50㎎/㎏) 약 8.1배에 달하는 1급 발암물질인 비소가 검출된 것이다. PH·벤젠·납·아연·불소도 기준치 1.8~22배에 달했다.비소는 폐암·피부암 등을 일으킬 수 있는 1급 발암물질이며 벤젠은 재생불량성 빈혈·급성 백혈병·골수이상 등 원인으로 꼽힌다. 불소도 인체 모든 장기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됐다.예상을 뛰어넘는 오염토 발견에 사업은 올스톱됐다. 리스크 있는 부지를 저가로 매입,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한 전략이 자충수가 된 셈이다.일각에선 부영이 땅을 헐값에 사기 위해 일부러 '문제'가 있는 곳을 고르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부영이 소유한 창원시 진해화학 터(51만4717㎡) 역시 오염토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한 탓이다.이곳은 1999년에 도산한 옛 진해화학이 30년간 화학비료를 생산하던 곳이다.부영은 대규모 아파트단지 건설을 목표로 2003년 해당부지를 감정가대비 60% 수준인 668억원에 매입했다.하지만 2007년 부지일부가 니켈·카드뮴 등에 오염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아파트 건설은 연기됐다.니켈은 피부염·발진 등 알레르기 반응, 카드뮴은 호흡기·신장장애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그동안 오염된 토양 32만8000㎥ 가운데 78%가 정화됐지만 지난해 폐석고 14만t이 추가로 발견돼 후속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다.창원시가 7차례 고발과 오염토양정화 조치명령 처분을 반복하며 부영을 압박하고 있지만 정화작업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이밖에 부영이 종합병원 건설을 추진중인 금천구 옛 대한전선 공장부지도 불소 수치가 기준치이상으로 나와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오염부지 정화작업이 계속 지체되고 있는 만큼 부영과 지방자치단체간 갈등도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실제 이번에 유죄파결이 나온 송도테마파크 부지 경우 연수구가 3차에 걸쳐 정화조치 명령을 내렸지만 아직 작업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연수구 환경보전과 관계자는 "아직 부영으로부터 정화계획서를 제출받은 것은 없다"며 "내년 1월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으면 법적인 처분에 나설 계획"이라고 강조했다.그러나 3차명령 이행기간인 내년 1월까지 정화작업이 완료되긴 어려워 보인다.부영 관계자는 "맹꽁이 대체서식지를 마련해 이전을 완료한 상태"라며 "현재 오염토양 정화를 위한 실시설계 용역계약을 체결하고 관련작업을 진행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