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급 택지 감소세… 반도건설, 신영 등사업지 매입 랠리'후분양제' 우선 공급 불구 공사비 등 자금력 부족… '그림의 떡'
  • ▲ '안양명학역 유보라 더스마트' 건설 현장. 이 곳은 옛 안양경찰서 부지로, 반도건설이 매입해 주거복합상품을 분양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반도건설
    ▲ '안양명학역 유보라 더스마트' 건설 현장. 이 곳은 옛 안양경찰서 부지로, 반도건설이 매입해 주거복합상품을 분양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반도건설

    디벨로퍼뿐만 아니라 중견건설사들의 수도권 빌딩, 토지 등 알짜 부동산 매입이 확산되고 있다. 지금까지 이들은 주로 정부에서 공급하는 택지를 사들여 사업을 해 왔으나, 최근 몇 년간 공급이 줄어들다보니 미래 일감 확보 차원에서 신시장 개척에 나선 것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최근 서울 영등포의 알짜 부동산을 잇달아 품었다. 지난 7월 영등포구 영등포로터리 인근에 위치한 로이빌딩 매입 계약을 마쳤으며 이에 앞서 지난 1월에는 수도권지하철 5호선 영등포시장역과 5·2호선 영등포구청역 사이 토지와 건물을 샀다.

    1981년 준공된 로이빌딩은 대영산업개발이 지은 건물이다. 당시 지하 4층~지상 11층으로 조성됐으나, 2011년 한국조리사관직업전문학교로 주인이 바뀐 뒤 일부 증·개축이 이뤄졌다. 반도건설은 298억원에 사들인 이 빌딩을 오피스텔과 상가 등으로 복합 개발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 영등포시장역점으로 쓰였던 영등포시장역 인근 토지와 건물은 농협은행이 유휴 부동산 정리 차원에서 부동산을 처분하면서 반도건설이 501억원에 매입했다. 이 부지 역시 복합개발이 목적이다. 지난달 반도건설은 삼성생명이 매각하는 경기 안양시 평촌 사옥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반도건설 측은 "십여년 전부터 주력사업인 주택 외에도 민간임대, 정비사업 등으로 다각화해왔다"며 "단순한 아파트 공급에서 나아가 새로운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고 정비사업 수주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디벨로퍼 업계 1위인 엠디엠그룹은 최근 삼성생명 분당사옥 매입에 나서고 있다. 삼성생명은 510억원가량을 매입가로 제시한 엠디엠그룹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엠디엠그룹이 분당사옥을 리모델링한 뒤 현재처럼 오피스빌딩으로 활용하거나 아예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디벨로퍼 신영은 지난 6월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PFV를 꾸려 MBC 여의도 부지를 6010억원에 사들였다. 이 PFV는 올 5월 신영, NH투자증권, GS건설 컨소시엄이 여의도 MBC부지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만든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다.

    1만7795㎡에 달하는 부지에 오피스와 오피스텔, 상업시설 및 아파트 등 복합시설단지를 지을 예정으로,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2년 하반기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영은 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내동 소재 펀스테이션 건물 및 부지를 지난해 12월 1072억원에 낙찰 받고 올 12월 주상복합 분양을 계획 중이다.

    시티건설의 경우 지난 1월 서울 강남구 언주로 일대 토지와 건물 3곳을 총 825억원에 매입했다. 아파트나 오피스텔로 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디벨로퍼는 물론, 중견사들이 수도권 알짜 부동산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신규 택지지정 중단이 있다. 2014년 택지개발촉진법 중단으로 공공택지지구 추가 지정이 멈추면서 사실상 신도시와 택지지구 공급이 중단돼 더 이상 공공택지에만 의존할 수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경우 중견사들이 선뜻 나서기에는 '네임밸류'가 부족한 실정이다.

    건설협회 한 관계자는 "주택전문 업체들은 땅이 없으면 사업 자체가 어려워진다"며 "정부가 공급하는 택지지구가 크게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서울 도심이나 수도권 빌딩, 토지는 상품성 자체가 큰 만큼 이들이 싹쓸이해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국계 부동산컨설팅업체 A사는 "현재는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입지가 좋고 개발의 가능성이 있다고 하면 몇년간 오피스 빌딩을 운용할 것을 염두에 두고서라도 매각입찰에 들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기존 오피스빌딩은 실물자산이기 때문에 당장 개발을 할 수는 없지만, 워낙 부지가 없다보니 찾고 있는 곳들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중견사들이 최근 몇년간 부동산시장 호황으로 시행과 시공을 같이하면서 확보하고 있는 현금보유량도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정부가 후분양제를 시행하는 민간건설사들에게 공공택지를 우선 공급하곘다는 '당근'을 제시했지만, 대형건설사에 비해 자금력이 부족한 중견사에게는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중견건설 A사 관계자는 "주택을 지을 땅이 없으니 토지나 빌딩을 매입해 직접 개발하는 수밖에 없다"며 "공공택지를 우선적으로 받으려면 후분양제를 시행해야 하는데, 공사비의 상당부분을 직접 마련해야 되는 만큼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서울 및 수도권에서 가치가 높은 사업지를 확보하는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