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안정과 경기둔화 사이서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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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은행이 1년 만에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확실시되는 가운데 경기 침체가 우려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연 1.75%로 0.25%포인트 인상하는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한은은 지난달 금통위 이후 뚜렷한 금리인상 신호를 보냈다. 이일형 금통위원에 이어 고승범 위원이 금리 인상 의견에 동참했다.

    이주열 총재는 이후 국정감사 등을 거치면서 금융안정을 강조하는 발언으로 금리인상에 무게를 더했다. 이 총재는 실물경기가 흐트러지지 않으면 금리인상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불균형을 완화하고 정책 여력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한 차례 금리인상이 긴축은 아니며 정상화 과정이라는 의견도 밝혔다.

    그는 소득 증가율보다 여전히 빠른 가계부채 증가속도를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계신용은 올 3분기 기준 151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95조원(6.7%) 늘었다.

    부동산발 금리인상 필요성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금리는 부동산 정책은 아니라면서도 가계부채와 집값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이 총재는 내외금리차에 더 경계심을 갖겠다고 밝혔다.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올리면 한미 금리역전 폭은 1%포인트로 벌어질 수 있다. 연준은 내년에도 금리를 약 3회 더 인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금리차가 1%포인트를 넘어간다고 해서 당장 대규모 자금유출이 벌어지진 않지만 위기감은 커질 수 있다.

    이창선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금융안정이 결정적 요인이고 한미 금리역전 폭 확대는 하나의 고려사항 같다"며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급등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은은 6년 5개월 만인 지난해 11월, 통화정책 방향을 튼 뒤 추가 인상 시기를 고민해왔다.

    연초엔 물가 상승률이 1%까지 떨어지고 총재 임기만료와 총선 등이 겹쳐 기회를 놓쳤다. 하반기에는 경기 논란이 불거졌다. 8월에 이일형 위원이 인상 의견을 냈지만 '고용 쇼크'에 발목이 잡혔다. 7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한은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7%로 0.2%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이달 금리인상에서 '동결' 소수의견이 1명일지 2명일지가 관심사로 꼽힌다. 금통위의 다음 행보를 가늠하는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금융시장에서는 '왕비둘기'로 꼽히는 조동철 금통위원은 올해도 인상에 동참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인석 금통위원은 현재 금리가 중립금리보다 낮은 수준이라고 보지만 물가 상승세를 확인해가면서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에 2.0%로 올라서는 등 높아지는 흐름을 보이고 있어 어떤 입장을 보일지 미지수다.

    만장일치 금리인상이 어려운 배경에는 경기 둔화세가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 경제는 투자가 감소하고 고용시장은 위축됐다. 수출이 버티고 있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너무 높다.

    미·중 무역분쟁, 미 금리인상과 달러화 강세에 따른 신흥국 금융 불안, 중국 성장세 둔화 등 외부 요인이 늘어나는 데다가 짐작하기도 어렵다.

    금리인상과 관련해 내외금리차 확대나 가계 빚 증가에 따른 부작용과 경기 둔화 중 어느 쪽에 무게를 실어야 하는지가 관건으로 꼽힌다.

    한은은 현재 한국 경제 성장세가 잠재 수준과 큰 차이가 없고 최근엔 경기 진폭이 크지 않다고 보고 있다.

    한은의 금리인상 시기를 아쉬워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기가 안 좋아서 이자를 못 내는 기업이 늘어나는데 금리를 올리면 엇박자가 난다"며 "상반기에 올려놔야 했는데 실기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한은이 내년에 금리를 더 인상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거나 미국이 금리인상 속도를 더 올리지 않는 한 당분간은 동결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