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원했던 협상권, 결국 수수료인하로 입막음금융위 “카드사 수익보전 위해 혜택 줄여라” 권고부가서비스 축소 불가피…피해는 소비자에게 전가
  •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카드수수료 개편방안 당정협의에서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왼쪽부터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 최종구 금융위원장.ⓒ금융위원회

    카드시장의 개편이 시작됐다.

    26일 금융위원회는 당정협회를 거쳐 카드수수료 개편방안을 확정했다.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은 ▲우대구간 5억원 이하→30억원 이하 확대 ▲500억원 이하 일반가맹점 평균수수료율 2% 이내 인하 유도 ▲고비용 마케팅 관행 개선 등이다.

    금융위는 적격비용 산정결과 확인된 카드수수료 인하 여력 1조4000억원 중 약 8000억원 이내에서 카드수수료율 인하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형·일반가맹점 수수료율 격차 줄였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소상공인의 수수료 부담을 줄여준다는 데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카드수수료율 우대구간을 확대해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개편안을 제시했다.

    우대가맹점을 현재 연매출 5억원에서 30억원으로 확대할 경우 혜택을 받는 가맹점은 약 24만9000개다.

    특히 연매출 5억원~10억원 구간이 신설돼 이에 해당되는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2.05%에서 1.4%로 낮아졌다. 체크카드도 1.56%에서 1.1%로 0.46% 인하됐다.

    담배판매 편의점 약 77%가 연 매출액 10억원 이하에 해당되며 이번 개편으로 연간 카드수수료 부담이 평균 214만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 음식점 약 3만7000개 가맹점도 약 288만원 경감될 것으로 예상되며 슈퍼마켓, 제과점 등 골목상권도 약 279만~322만원 인하 효과가 기대된다.

    연매출 10억~30억원 이하 구간도 신설됐다. 이들의 카드수수료율은 기존 2.21%→1.6%(신용카드), 1.58%→1.3%(체크카드)로 각각 0.61%, 0.28% 인하된다.

    4만6000개 가맹점이 연간 505만원의 카드수수료가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개편안에 눈에 띄는 점은 대형가맹점의 카드수수료율도 낮춘 것이다.

    연매출 30~100억원 가맹점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2.20%에서 1.90%로, 체크카드는 1.60%에서 1.45% 내렸다.

    연매출 100억~500억원 대형가맹점의 수수료율도 2.17%에서 1.95%로 내려 카드사의 먹거리가 대폭 줄어들 전망이다.


  • ▲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
    ◆불공정 개선보다 고용효과 초점 불만도

    금융위는 카드수수료 개편이 영세가맹점과 대형가맹점 간 불공정 문제를 해결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면에는 석연치 않은 대목도 있다. 바로 수수료율을 낮췄으니 고용을 줄이지 말라는 메시지다.

    카드수수료율 구간을 새롭게 신설한 이유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연매출 5억원 초과 자영업, 소상공인들은 내수부진과 인건비 및 임대료 등 비용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2% 내외의 상대적으로 높은 수수료율 부담하고 있다”며 “매출액 5억원 초과 차상위 자영업, 소상공인의 비용부담을 경감하고 일반 가맹점 간 수수료율 역진성을 해소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어 “수수요율 인하효과를 통해 고용 여력이 있는 자영업자의 경영부담이 경감되고 영업이익도 제고돼 소득증대와 함께 일자리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결국 영세가맹점의 혜택보다 일반가맹점 우대구간을 넓혀 혜택을 줌과 동시에 고용을 줄이지 말라는 얘기다.

    사실 소상공인이 원하는 방안은 수수료율을 일반적으로 낮추는 것보다 카드사와 직접 협상권을 갖는 것이다.

    일반가맹점의 수수료율은 평균 2.1%, 대형가맹점의 경우 평균 2.0%에 달한다.

    일반가맹점주들은 수수료율 차이가 가맹점 간 협상력 차이에 기인한다며 단체를 구성, 카드사와 직접 협상하길 원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단체협상권을 요구하는 가맹점 층에 수수료 인하 혜택을 집중 배분하면서 불만을 잠재우는데 바빴다.

    대신 내년 현재 적격비용 체계와 조화를 이루는 방식으로 가맹점의 협상력 제고를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하겠다고 해명했다.

    ◆카드사는 수익 줄고, 소비자는 혜택 줄고

    이번 개편안으로 가장 타격을 입는 쪽은 결국 소비자다.

    카드사의 대표적 먹거리인 수수료가 줄어들어 업계 전체적으로 성장에 제약요인이 발생하게 됐다.

    금융당국은 카드사의 인하여력 범위 내에서 이뤄졌다고 설명했지만 카드사들의 경영 개선이 불가피하다.

    실제 금융당국은 카드사에게 그동안 외형확대를 위해 대형가맹점 등에 과도하게 지출했던 마케팅비용을 줄일 경우 수지 개선이 가능하다고 권했다.

    또 카드상품의 과도한 부가서비스, 즉 포인트, 할인, 무이자할부 등 대고객서비스를 축소하고 대형 가맹점 및 법인회원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이익제공을 제한키로 했다.

    이같은 규제는 결국 카드소비자의 혜택을 줄여 수익을 보존하란 의미다.

    금융위 관계자는 “수익자부담 원칙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신용카드 이용으로 받는 혜택과 비용의 합리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해 부가서비스 혜택은 약 5조8000억원인 반면 카드연회비는 8000억원이다. 금융위는 카드사-가맹점-소비자 간 연결고리에서 소비자가 지나치게 혜택을 누려왔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당국과 업계가 참여한 태스크포스(TF)에서 내년 1월까지 부가서비스 단계적 축소 방안을 만들기로 했다. 일단 각 카드의 부가서비스가 해당 카드로 직접 발생하는 수익 범위를 넘지 못하도록 할 방침이다.

    마트 같은 대형가맹점은 고객 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카드사가 이 비용을 대납하는 관행이 있었다. 이처럼 대형가맹점이나 법인회원에게 주던 지나친 이익도 제한한다.

    일정 규모를 넘는 대형 법인회원에 대해선 카드사가 프로모션을 제공할 때 수수료·연회비 수익을 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법인카드 첫해 연회비 면제도 금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