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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흥시 배곧신도시 마무리로 수주 리스크에 불안해하던 한라가 올 들어 반등에 성공했다. 수주 부진에 따른 매출 공백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이 제기되고 있다. 다만 정부의 부동산 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 전망이 불투명한 건축 부문이 수주잔액의 대부분이라는 점과 부진한 영업성적을 지탱해 줄 재무안정성이 불안하다는 점은 향후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3일 분기보고서 분석 결과 한라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3123억원, 영업이익 139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3분기에 비해 매출(4199억원) 25.6%, 영업이익(432억원) 67.6% 각각 줄어든 수준이다.
전년대비 변동률의 경우 시공능력평가액 기준 한라의 비슷한 규모의 상장 중견건설 7개사 가운데 아이에스동서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감소율을 기록했다. 아이에스동서는 전년대비 매출 마이너스(-)46.5%, 영업이익 -83.0%의 변동률을 기록했다. 이 기간 7개사의 평균 변동률은 매출 -14.3%, 영업이익 -33.8%다. 이들 7개사는 한라와 아이에스동서를 비롯해 △태영건설 △한신공영 △두산건설 △계룡건설산업 △코오롱글로벌 등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3분기 10.3%에서 4.48%로 5.82%p 감소했다. 이 역시 아이에스동서 -13.0%p에 이어 두 번째로 큰 낙폭이다. 7개사는 평균 0.67%p 줄어들었다.
한라 자체적으로도 '어닝쇼크' 수준이다. 매출의 경우 2011년 1분기 3149억원 이후 31분기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은 2015년 4분기 132억원 이후 12분기 만에 가장 낮다.
이 같은 한라의 외형 축소는 예정된 수순이었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6700가구 규모의 배곧신도시 사업 마무리로 주택 부문 매출이 줄었고, 외형이 감소된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공백을 메울만한 추가 착공이 없다보니 실적 하락으로 이어진 것이다.
라진성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매출 부진은 종속회사 한라엔컴 지분 매각에 따른 연결 매출 감소, 배곧신도시 사업 종료 및 서울대 시흥캠퍼스 착공 지연에 따른 주택 부문 매출 감소세 지속, 지난해 토목 부문 수주 부진 영향 지속 등 때문"이라며 "영업이익 부진은 전 사업 부문의 양호한 원가율에도 고정비 부담이 늘어나는 등 매출 부진에 따른 영향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들어 신규수주 부진 탓으로 일감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액은 2조6163억원으로, 전년 3조6476억원보다 1조원 이상 줄어들었다.
한라의 수주잔액은 최근 뚜렷한 감소세를 보여 왔다. 2011년 4조7001억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4년 2조원대로 급감했다. 이후 2014년 수주한 2조원 규모의 배곧신도시 개발사업을 기반으로 반등하기 시작했다.
본 사업은 2014년부터 3차에 걸쳐 진행됐다. 이를 통해 한라는 2015년 수주잔액 3조원을 회복했다. 이듬해에는 3조6476억원으로 다시 증가세를 보였으며 신도시 개발 효과는 실적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한라는 매출 1조9206억원·영업이익 1572억원을 기록, K-IFRS(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 도입 이후 연간 기준 역대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하지만 한라는 배곧신도시 후속 프로젝트를 찾지 못했다 2015년 이후 한라의 신규수주액은 2015년 1조5680억원에서 2016년 1조2260억원, 지난해 8190억원으로 지속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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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다행인 것은 올 들어 신규수주가 회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3분기 누적 신규수주는 모두 1조1940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수주액을 넘어섰으며 올해 연간 신규수주액 추정치도 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의 두 배 수준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현대백화점, 현대해상화재보험 등 기존 범현대가 중심에서 삼성전자 주차 빌딩(1110억원), 오뚜기 연구소(370억원) 등을 수주하면서 우량 민간발주처로 거래선을 다변화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배영찬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은 "신규수주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단기 매출 기반을 확보하고 있으며 진행 중인 공사의 예정원가율을 고려할 때 5% 안팎의 영업이익률이 유지될 것"이라며 "비우호적인 시장 환경 변화에 대해 양질의 수주물량 확보를 위한 노력을 하면서 가장 취약점이었던 신규수주 리스크가 해소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라 측도 "3분기 서울대 시흥캠퍼스와 인천부평, 서울잠실 오피스텔 등을 포함한 1조원 이상의 물량이 착공에 돌입한 만큼 곧 실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간 신규수주가 지난해 두 배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매출 성장세가 폭발적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다만 수주잔액의 78.8%가 건축공사로 구성된 데다 범현대가 발주물량이 일정수준 지속되는 건축 부문과 달리 토목 부문의 경우 발주물량 감소에 따른 경쟁심화가 전망되는 만큼 중단기적으로 건축 중심의 사업구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3분기 누계 기준 토목 부문 매출액은 212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0.7%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자체 부문 매출이 36.7% 감소했으며 건축은 2.81% 줄어드는데 그쳤다.
가뜩이나 주택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할 것이 강하게 예상되는 가운데 이 같은 토목시장 경쟁 심화와 건축 중심 사업구조로 중장기 사업안정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나 수주잔액이 경쟁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미흡한 만큼 이 같은 부담은 쉽게 덜어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한라의 3분기 수주잔액은 2조 8179억원 규모로 중견 7개사 평균 3조8014억원을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지난해 대비 변동률도 1.04% 증가에 그치면서 평균 변동률 13.7%를 하회했다.
배영찬 전문위원은 "비우호적인 사업 환경 하에서 수주잔액이 축소된 점과 신규수주가 크게 제고될 가능성이 낮은 점은 외형 및 영업수익성에 부담 요인"이라고 지목했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실적변동성을 완충해줄 재무안정성 역시 흔들리고 있다.
한라의 유동비율과 부채비율은 7개사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21.0%p 악화된 유동비율 54.0%는 7개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으며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76%p 증가하면서 7개사 중 가장 높은 638%를 기록했다. 이 기간 7개사 평균 유동비율은 101%, 부채비율은 253%에 불과하다.
특히 총차입금 2239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인 1153억원이 1년 내 만기도래할 예정으로, 단기상환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유동비율 감소로 보유 현금 및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보다 17.2%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추가적인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라는 지난 8월 재무안정성 개선 및 신규 사업 투자재원 확보 차원에서 한라엔컴 지분 84.77%를 556억원에 매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