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10년 경쟁력 위한 R&D 투자 매우 중요"
-
한국 조선업이 7년 만에 글로벌 수주 1위를 차지한 가운데, 향후 경쟁력 확보를 위한 연구개발(R&D) 중요성이 부상하고 있다. 국내 '조선 빅3'의 R&D 경쟁도 올해 본격화할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조선사의 글로벌 경쟁력은 R&D 투자로 갈릴 전망이다. 환경규제에 따른 친환경선박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운항선박 등 스마트선박 시대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내 조선업계도 올해를 기점으로 R&D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지난해 우수한 기술경쟁력을 앞세워 액화천연가스(LNG)선을 싹쓸이 한 만큼, 실적 반등을 위한 친환경 기술 개발에 더욱 집중할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9월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그룹 글로벌 R&D센터(GRC)를 착공할 예정이다. GRC 착공을 계기로 기술 중심 기업으로 도약하는 등 획기적 전환점을 마련한다는 것이 현대중공업의 올해 다짐이다.
지난해 말 현대중공업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된 한영석·가삼현 사장은 신년사에서 "급변하는 기술경쟁 시대 속에 차별화된 기술과 품질은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요소"라며 "LNG연료 추진선과 가스 엔진 등 친환경 기술의 고도화를 통해 시장 선점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도 지난해 12월 '대우조선해양·서울대 시흥R&D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선박 및 미래해양기술개발을 위한 연구에 들어갔다. 시흥 R&D 센터에서는 LNG운반선 기술 등 친환경 에너지 분야를 중점적으로 연구할 예정이다.
이성근 대우조선해양 부사장은 기술개발 투자를 미래 경쟁력이라고 정의했다. 투자를 통해 선박해양플랜트 기술 발전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최근 강화되고 있는 선박 환경규제에 부합하는 친환경 고효율 선박을 자체 개발해 미래 성장 동력으로 키워나가겠다는 포부다.
삼성중공업은 대전 연구소를 비롯해 판교에도 연구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남준우 삼성중공업 사장은 "어느누구와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는 원가경쟁력 확보와 수주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며 "연구소에서는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스마트 선박 및 친환경 선박 기술 개발 등에 박차를 가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조선업계의 R&D 비용은 감소 추세다. 조선 빅3의 2018년 3분기 누적 R&D 비용은 1169억원(현대중공업 438억원, 대우조선해양 377억원, 삼성중공업 35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조선 빅3 합계 1253억원)에 비해 7% 가량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했을 때는 60% 이상 축소된 금액이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대우조선해양 외에는 모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R&D 금액이 축소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올해 3분기 누적 R&D 비용은 37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30% 증가했다. 반면 현대중공업은 18.35% 감소한 438억, 삼성중공업은 18.28% 감소한 438억원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R&D 비용의 감소는 어쩔 수 없는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조선업계는 2010년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불황이 지속되자 R&D 비용을 축소해 왔다.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구조조정을 통한 군살 빼기가 필수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비교하면 회사 별로 R&D 비용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연구인력과 기술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봐도 된다"며 "조선업 불황이 지속되면서 과거와 비교해 조선 3사의 연구개발 비용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조선업계의 향후 글로벌 경쟁력은 R&D 투자에 달렸다고 조언한다. 앞으로 친환경과 자율운항선박 시대가 도래하면서 스마트선박 기술력이 각 조선소 경쟁력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높은 비중을 차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종서 한국수출입은행 박사는 "지금이 향후 10년 또는 20년을 좌우할 조선업의 변혁기라고 볼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을 위해 조선업계가 R&D에 사활을 걸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어 "현재 한국 조선업이 다른 나라에 비해 기술경쟁력이 뛰어나지만, 지금 R&D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도태될 수 있다"며 "변혁기에 잘 적응하는지에 따라 조선업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