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보다 2주 늦어져… 4월부터 두달간 예정노조·지역 반발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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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첫 관문인 실사 작업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있다. 업계 빅 이슈인 만큼 신중한 접근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지만,  실사 정보 공유 범위 논란과 지역사회를 비롯한 노조 반발로 인해 앞으로도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 관련 실사가 내달 초부터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전날 부산시 중구 산업은행 영남지역 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실사 기간은 두 달 정도로 계획하고 있다. 4월 초에 이뤄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은 이미 지난주부터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실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이르면 이번주, 늦어도 3월 말에는 실사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지만 예상보다 최대 2주 정도가 늦춰지는 것이다.

    실사가 늦춰지는 데에는 정보 공유 범위를 놓고 합의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실사에서 대우조선해양의 원가구조 등 회계적 측면과 기술 및 영업력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조선소 현장 실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해양 측 정보가 어디까지 공개 가능한지 조율이 필요하다. 아직 법적으로 인수가 완전히 성사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중에 매각이 철회될 경우까지 염두에 두고 정보 공개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 업계 생각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실사가 대우조선해양의 저가수주 의혹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말도 나온다. 최근 대우조선해양의 흑자와 수주 실적을 두고 저가 수주 논란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 실사를 통해 이 부분을 들여다볼 수 있다는 관측이다.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이 우려하는 것도 이와 같다. 대우조선해양 노조와 거제지역 시민단체 등은 실사 과정에서 정보 유출 일어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들은 경쟁관계에 있는 현대중공업이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가져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노조는 현대중공업의 실사를 앞두고 '실사저지단'을 구성해 출입문을 봉쇄하는 훈련을 진행하는 등 실사 저지를 위한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있다. 다음 달 초에는 '대우조선 매각 철회 전국 대책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적극 대응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 측도 애가 타긴 마찬가지다. 인수합병 과정이 늦어질수록 대우조선해양의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주요 선사들에게 일감을 따낼 때 이같은 매각 이슈가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 간 미세한 온도차도 감지되고 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실사는 현대중공업 주도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지만, 현대중공업 측은 아직 인수작업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대우조선해양과는 별개의 회사라고 선을 긋고 있다.

    실사 과정에서도 산업은행이 확보한 대우조선해양 자료를 모두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보 유출에 대한 우려도 과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수합병 반발이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자 당사자 간에도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이 조선업의 미래를 위해 하루빨리 실사 일정을 구체화하고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면서 "이후 공정위와 경쟁국의 기업결합 심사 등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인수가 성사될 지는 두고봐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