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 통상임금 소송 판례가 엇갈리고 있어 대법원의 고민도 깊어지는 분위기다.
재직자 조건이 있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기존의 판례가 뒤바뀔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홍완엽 전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 전-현직 노동자 1만120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의 선고기일을 돌연 연기했다. 당초 선고일은 16일이었으나 전날 오후 갑작스럽게 연기한 것이다.
추가검토가 필요하다는 이유였으나 2년 가까이 심의해온 사건을 선고일 하루 전에 갑자기 미룬 배경을 두고 서울고등법원의 잇따른 통상임금 소송 판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은행 3심 선고일 이틀 전인 지난 14일 서울고법 38민사부(재판장 박영재)는 기술보증기금 노동자 900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노동자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성과연봉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평가 결과나 업무성과와 무관하게 차등 없이 지급되는 정기 고정급에 부가된 재직자 조건은 무효"라고 밝혔다.
이어 “정기고정급의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근로자도 퇴직 전에 자신이 실제로 제공한 근로에 상응하는 정기 고정급에 대해서 근로의 대가로 당연히 그 지급을 청구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정기고정급에 부과된 재직자조건은 그날그날의 근로제공에 의해 이미 발생한 임금을 그 이후의 실제 지급일에 이르러 재직이라는 사실에 따라 지급 여부만을 정하는 조건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즉 재직자조건을 부가해 정기고정급 지급일 전에 퇴직한 근로자에게 고정급을 지급하지 않는 것은 유효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의미다.
이같은 판결은 지난 2013년 12월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기존 대법원 판례를 뒤엎는 결과다.
서울고법이 과거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는 판단을 내리면서 기업은행의 대법원 판결에 관심이 커지게 됐다.
기업은행 소송의 핵심은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 근로수당과 연차휴가 근로수당, 퇴직금을 재산정하고 차액만큼을 추가 지급하라는 것이다.
1심은 재직중이라는 요건이 붙었다는 이유로 임금의 고정성이 탈락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수 없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2심에서는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거나 휴직해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고정적 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금융권 관계자는 “일반 정기상여금과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므로 대법원에서도 다시 전원합의체에 회부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며 “대법원이 전향적 판결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가 나온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