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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들의 노후를 대비하는 '최후 보루'인 은행의 퇴직연금 수익률이 여전히 1%대 턱걸이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수익을 거두지 못한다는 평가다.
‘정기예금 금리보다 못한 퇴직연금’이란 비판이 나오면서 수익률 제고를 위한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다.
17일 은행연합회의 은행별 퇴직연금수익률 비교를 보면 12개 은행의 올해 1분기 DB(확정급여)형 퇴직연금 수익률 (원리금 보장 및 비보장 합계)평균은 1.36%로 2018년 평균 수익률인 1.21% 대비 소폭 오르는데 그쳤다. 지난해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연 1.99%다.
DC(확정기여)형 수익률은 지난해 1.07%에서 올해 1분기 1.47%로, 개인형(IRP)은 지난해 말 1.12%에서 올해 1분기 1.26%로 소폭 올랐다.
퇴직연금은 DB형, DC형, 개인형 IRP 등 세 가지로 나뉜다. DB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 지시를 내리지 않는 대신 퇴직급여액이 고정돼 있고, DC형과 IRP는 근로자가 직접 적립금을 운용하고 수익도 자기 몫으로 가져갈 수 있다.
은행별로 보면 올해 1분기 DB형 수익률이 제일 낮은 곳은 부산은행으로 1.16%에 그쳤다. DC형 중에서는 농협은행이 1.26%로 가장 낮았고, 개인형(IRP)은 부산은행이 0.72%로 꼴찌를 기록했다.
수익률이 1%대에 불과하지만 금융회사가 떼간 수수료(총비용부담률)는 0.35%~0.49%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사가 한번 유치하면 이탈할 염려가 거의 없는 퇴직연금의 수익률 제고에 신경쓰지 않고 높은 수수료만 매달 가져간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올해 1분기 퇴직연금 적립금은(원리금 보장 및 비보장 합계) 97조8418억원으로 지난해 84조7690억원 보다 15.4% 늘었다.
제도 유형별로는 DB형 적립액이 50조5688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0.3% 증가했다. DC형은 32조8142억원(전년비 16.4%), 개인형IRP는 14조4588억원(34.5%) 늘었다.
퇴직연금 시장이 양적인 성장에도 불구 수익률이 1% 초중반에 머물면서 금융당국은 수익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섰다. 1년 만기 퇴직연금 상품을 만기가 도래해 재예치시 퇴직연금 가입자의 별도지시가 없어도 자동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내는 상품으로 갈아타는 제도가 올해 안에 도입된다. 퇴직연금 상품의 수익률 정보를 모은 통합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제도 도입도 국회에서 검토되고 있다. 국민연금 운용을 기금운용위원회에 맡기는 것처럼 회사가 별도의 수탁법인을 설립해 연금자산을 쌓아 두고 전문가와 노사 협의를 거쳐 운영 방향을 결정하는 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