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SC-CSIC, 증권거래소에 합병 문서 제출…당국 승인 기다리는 중중국, 현대중공업그룹 합병에 부정적 반응…향후 입장 변화에 주목현재 한국 '빅딜' 작업 지켜보는 중…자국 조선소 합병 통과 기대
-
현대중공업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한 핵심절차인 기업결합심사에 나선 가운데, 중국도 자국 조선소 합병을 확정했다. 이에 따라 기업결합심사 통과를 두고 양국간 이해득실에 따른 눈치싸움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중국 국영 조선소인 중국선박공업집단공사(CSSC)와 중국선박중공집단공사(CSIC)가 지난 1일 증권거래소에 합병 문서를 제출하고 합병 작업을 본격화했다.
해당 조선소는 전략적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관련 당국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자세한 통합 계획은 아직까지 밝혀진 바 없다.
CSSC 관계자는 "중국 조선산업 주식회사와 전략적 구조 조정을 계획 중"이라며 "계획이 관련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돼 공정한 공개와 투자자의 이익 보호를 위해 이를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중국 국영 조선소 합병 작업은 지난해 초부터 본격화됐다.지난해 3월 중국 정부는 CSSC와 CSIC 기업을 합병하는 안을 사전 승인했다. 한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지난 2016년 구조조정에 나선 이후 1,2위 조선사 합병까지 나선 것이다.
CSSC와 CSIC는 중국 정부가 1999년 중국선박공업총공사 사업부를 분리시켜 설립한 대형 국유 조선사다. 이들 기업은 중국 해군의 항공기 운송선부터 상업용 컨테이너, 석유 및 가스 운송 선박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두 조선사가 합병할 경우 연간 매출 규모는 총 5080억 위안(86조2940억원) 이상으로 늘어난다. 이는 글로벌 3대 조선 업체인 현대중공업, 대우조선 및 삼성중공업을 합친 것보다 2배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기업의 수주잔량 또한 7826CGT에 달한다. 대우조선해양과 현대중공업(1만6989CGT)의 뒤를 바짝 쫒게 되는 것이다.
업계선 현대중공업그룹이 중국을 기업결합심사 신청 대상국으로 정한 만큼, 중국의 입장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중국이 자국 조선소 합병을 앞두고 그간 부정적이었던 한국 조선업 '빅딜'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중국도 합병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경쟁국인 한국에 기업결합심사 신청서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이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불허했을 경우, 자국 조선소 합병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감이 있는 것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대우조선해양과 기업결합을 위한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비롯해 EU(유럽연합)와 일본, 중국, 카자흐스탄 등 5개 심사 대상국을 확정했으며 추가로 기업결합 대상 국가를 검토해 신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우선 가장 까다로운 심사 대상국은 EU로 알려졌지만, 중국 당국의 심사에서도 난관이 예상되고 있다. 중국이 저가 수주를 바탕으로 영업을 펼치고 있는 반면, 한국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을 앞세워 영업 중이라 사사건건 부딪힐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 반응은 두가지로 갈린다. 한국 조선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합병을 결정한 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의 기업결합심사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이란 의견이다. 일각에서는 자국 조선소도 합병 작업을 앞두고 있는 만큼, 이번 심사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대신 한발짝 물러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실제로 중국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그룹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작업을 주의깊게 지켜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자국 조선소 합병에 비해 현대중공업그룹의 인수 작업이 더 큰 규모로 진행되기 때문에 해당 결과를 보고, 이를 참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공교롭게도 현대중공업에 이어 중국이 합병을 공식화하면서 경쟁국 심사 결과를 두고 양국 사이에 눈치싸움이 벌어질 것"이라면서 "중국 조선사 합병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에 비해 규모가 작아 한국 '빅딜'이 통과된다면, 중국도 통과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