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주재원 주52시간 적용 은행마다 제각각, 대체로 속지주의 따라 노동부 “해외사업장 예외아냐, 근로조건 국내서 결정시 국내법 따라야”은행권 “근로조건-업무지시 결정 주체 명확히 구분 어려워” 눈치 보기
  • 금융권에 주52시간 근무제가 본격 도입됐으나 은행권 해외주재원들은 이 제도 울타리에서 벗어난 모양새다.

    은행마다 해외주재원들에 대한 주52시간 근무 적용이 제각각인 가운데 고용노동부에서는 근로조건 결정 주체에 따라 해외주재원도 국내법을 적용받아야한다고 해석해 마찰이 예상된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 세계 곳곳에 해외지점과 법인을 꾸리고 해외로 주재원을 파견한 은행들의 주52시간 근무 적용은 서로 달랐다.

    장시간 노동관행 개선을 위해 도입된 주52시간 근무제는 지난 1일부터 300인 이상이 근무하는 금융사에 의무 적용됐다. 어길시 사업주는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A은행은 해외 법인과 지점으로 파견나간 직원들에 대해 현지국가의 법정근로시간에 맞춰 근무하게 한 반면 B은행은 해외주재원들에게 한국의 주52시간 근무를 적용하고 있다.

    은행들이 재량껏 판단하는 가운데 일반적으로는 속지주의원칙에 따라 현지법을 따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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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국제사법 등 관련 법규와 판례, 고용노동부의 유권해석에 따르면 근무조건을 결정하고 업무를 지시하는 주체에 따라 국내법과 현지법 적용을 달리해야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고용노동부 해석을 보면 “국내에 본사가 있고 현장이 해외에 있는 경우(지점) 그 현장은 본사와 함께 국내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했다.

    이어 "국내 회사에서 해외 현지(법인)에 근로자를 파견해 근로자의 인사 및 노무 관리 등을 국내 회사에서 관장하고 근로자의 임금 및 주요 근로조건 등을 국내 회사에서 결정하고 있는 경우 국내회사와 함께 근로기준법이 적용된다고 보아야 한다”라고 한 바 있다.

    즉 해외주재원의 근로조건을 국내 회사가 결정하면 국내법을 따르고 현지 법인이나 지점에서 자체적으로 근로조건이 결정되면 현지국가법을 따르라는 의미다.

    노동부의 이같은 해석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은 이현령 비현령식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다.

    은행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해외마다 그 나라의 근무문화가 있고 업무지시나 근로조건 결정 주체도 사실상 구분 짓기 어려운데 국내법을 따르라고 하는 것은 무리한 처사라는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근무조건이나 업무지시가 한국 본사에 따른 것인지 해외법인의 결정인지 명확히 구분 짓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며 "주 60시간 근무가 허용된 국가에서 국내법을 적용해 주 52시간 근무를 하게 되면 기존보다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하게 되고 인건비가 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 관계자는 "이미 해외주재원들은 한국 본사와 업무공조와 소통을 위해 시차가 다르더라도 국내 업무시간에 맞춰 새벽에도 일을 하는 경우가 잦아 현지채용된 직원들보다 근무를 더 오래하는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