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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하락세에 생명보험사들이 자산운용으로 벌어들이는 수익보다 나가는 돈이 더 많은 '역마진'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전격 인하한데 이어 올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보험사들은 금리하락기에 투자실적 부진과 더불어 역마진 위험에 노출된다.
22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75%에서 1.5%로 0.25%포인트 인하한데 이어 연내 추가 인하할 전망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상황에 따라 대응할 여력을 갖고 있다"며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도 언급했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업계는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객의 보험료를 받아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데 금리가 내려가면 그만큼 자산운용 수익을 내기 어려워진다. 특히 과거 5% 이상의 고금리 저축성 상품을 많이 팔았던 생보사는 역마진 위험 부담이 커진다. 국내 보험사들은 1997년 금융위기 당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높은 예정이율의 금리확정형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한 바 있다.
실제 빅3 생명보험사의 부채적정성평가(LAT)를 보면 유배당 금리확정형 상품 결손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유배당 금리확정형 상품 결손액은 2017년 말 18조원에서 작년 말 24조원으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한화생명은 6조9740억원에서 8조9353억원으로 증가했다. 교보생명의 작년 말 유배당 금리확정형 결손 규모는 5조7058억원이었다.
금리 확정형 상품에 따른 이차역마진 부담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다. LAT는 새 국제회계기준 도입(2022년)에 앞서 보험사의 책임준비금을 평가해 부족한 만큼 자본을 쌓게 하는 제도로 현재는 변액보험 및 금리연동형 보험 상품 잉여액이 충분해 결손금을 충당하고 있다.
문제는 시장금리 하락으로 LAT 잉여액이 지속해서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LAT(부채적정성평가), 보증준비금 등 평가성 준비금의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할인율이 낮아지기 때문에 준비금 적립부담은 증대된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금리 하락은 보험사의 역마진 부담을 키우고 자본조달 압박으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립부담이 커지면 수익성 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대형사들이 고거 고금리의 확정형 계약 상품을 판매했던 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며 “금리 하락 시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해약률이 금리 하락 이전보다 낮아져 보험부채의 예상 현금지급액이 커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에 연내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보험업계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저금리 상황에선 역마진과 자본확충 부담 등의 위험에 노출된다”며 “보장성 상품 판매 비중을 확대하고, 최저보증이율을 인하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