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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손해보험사들이 보험 상품 인수 기준을 대폭 완화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가입 전 필수 체크 항목인 고객 알릴 의무를 삭제하거나 감액 기간을 줄여 바로 치료비를 내주는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이를 악용한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에 따른 손해율 상승이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손해보험은 전날 업계에서 유일하게 5년 이내 계약 전 알릴 의무를 삭제한 간편 건강보험을 출시했다.
보험사들은 보험계약 청약과정에서 계약 전 알릴 의무 사항이라고 보험사가 과거 질병이나 치료력에 대해 질문하고 이를 반영해 인수 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고객의 계약 전 알릴 의무에는 3개월 이내 입원 수술 소견과 2년 이내 상해 또는 질병으로 인한 수술, 5년 이내 병력 고지 등이 포함된다.
KB손보는 이번에 새롭게 출시한 상품에서 2년 이내 질병 고지 항목을 1년으로 축소하고, 5년 이내 병력에 대한 질문을 없앴다.
한화손해보험의 경우 2년 이내에 입원수술 이력이 있어도 인수가 가능한 건강보험을 판매하고 있으며 DB손해보험도 계약자의 알릴 의무를 간소화한 건강보험 상품을 내놨다.
현대해상의 경우 감액 기간을 없앤 보장성보험을 판매하며 고객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어린이보험 치아특약의 경우 크라운치료(60만원), 임플란트(300만원) 등을 가입 후 즉시 보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보험사들은 이처럼 건강보험의 3개월, 2년, 5년 이내에 의무적으로 질병 이력을 고지하는 부분을 변경하거나 감액 기간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고객의 가입 문턱을 낮추고 있다.
일각에선 보험사의 판매 경쟁에 따른 인수 완화 행보에 곱지 않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여러 보험사의 보장성 보험에 가입해 고액 보험금을 노리는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의 인수 조건 완화 행보는 고령화 추세에서 향후 보험금 지출 가능성이 커지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 파격적인 인수 기준을 갖춘 상품을 만들어 내면 다른 보험사들도 경쟁적으로 상품을 출시한다”며 “소비자 니즈를 반영한 상품이 나오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이러한 출혈경쟁은 향후 보험사의 손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